2011. 8. 24. 01:51ㆍ푯말의 대화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제 자신을 지금보다 좀 더 개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을까요?
막연하게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알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이죠. 왜냐하면, 먼저 그렇게 해야지 자신의 어떤 능력을 어떻게 개발해야할지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Q : 그래요? 영어를 배우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군요.
옷을 파는 가게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옷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나에게 맞는 옷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옷들도 있고, 또, 그중에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옷들도 있는데, 자신의 치수나 취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에게 맞는, 또,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쉽게 살 수 있을까요?
Q : 저는 치수를 몰라도 옷을 잘 삽니다. 옷가게 주인이나 점원이 도와주잖아요? 또, 주인이나 점원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 옷, 저 옷 몇 번 입어보면 결코 어렵지 않게 옷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그렇죠. 자신의 치수를 모르면, 즉, 자신에 대하여 모르면 겨우 옷 한 가지를 살 때에도 누구인가의 도움을 받든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만큼 많은 시간까지 투자해야하죠. 자기개발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자신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면 반드시 누구인가의 도움을 받든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하는데,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먼저 자신을 알기 위하여 노력하라고 말한 것입니다.
Q : 누구인가의 도움의 받거나,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안 좋다고 보시나 봐요?
비록 적지 않은 돈이 든다고 해도, 정확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괜찮겠죠.
하지만 요즘은 옷을 팔기 위하여 어울리지 않는 옷도 무조건 잘 어울린다고 추천하는 옷가게 주인이나 점원처럼, 쉽게 믿을 수 없는 조언자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렇다보니 무턱대고 아무런 도움이나 받았다가는 머지않아서 ‘속아서 옷을 잘 못 샀다’ 후회하는 사람들처럼, 크게 후회할 수도 있어요.
Q : 그렇기야 하죠.
또, 잠시의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결코 쉽게 겪지 않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일부러 겪을 필요는 없겠죠? 더구나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을 허공에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겠죠. 자칫 어이없는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면 그 때문에 역시 크게 후회할 수도 있고요.
Q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씀대로 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 자신을 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제까지 그런 노력을 제대로 했던 적이 없다면 당연히 그렇겠죠. 또,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면 더욱 어려울 것이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묻지 마 투자’를 하듯이 막연한 생각으로 자기개발을 하겠다고 덤비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Q : 그런데 그렇게 먼저 자신을 안 다음에야 자기개발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 많이 있나요?
매우 드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묻지 마 투자’를 하듯이, 유행에 따라서, 혹은, 그저 막연한 생각으로 영어 등의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외국 등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개발을 위하여 그렇게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또,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개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뿐 아니라, 자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성형수술을 한다는 사람들까지 있고요.
Q :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자기개발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 오직 한 명뿐인 ‘나’ 자신을 위하여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묻지 마 투자’를 하겠다고요? 겨우 몇 번, 혹은, 겨우 몇 달 입을 옷을 한 벌 살 때도, 겨우 몇 천 원짜리 티셔츠를 한 장 살 때도 그토록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정작 자기개발만은 ‘묻지 마 투자’를 하듯이 하겠다는 말입니까? 꼭 그렇게 해야겠다면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굳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어요?
Q : 음.
겨우 한 철 입을 옷을 살 때에는 몇 시간씩 투자하면서도, 인생의 2/3를 함께 살아갈 배우자를 고르는 데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이 있더군요. 그뿐 아니라 얼굴조차 모르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던데, 그런 형편이니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자기개발을 하든 내가 어떻게 참견할 수 있겠어요? 나야 그저 물으니 대답했을 뿐이죠.
Q : 제가 괜한 말을 한 듯싶군요.
무엇을 하든지 순서라는 것이 있답니다. 바둑에서는 그 순서를 ‘수순’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그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결국 일을 그르칠 위험성이 매우 크죠.
자기개발 역시 그 순서에 맞지 않게 무턱대고 시작한다면 결국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