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된 시집살이의 내막

2014. 3. 28. 00:33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몇 달 전, 한 지인으로부터 결혼한 지 약 30년가량 된 한 여인의 한없이 원통하고 서러웠던 시집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다.

결혼 초에 시어머니도 그랬지만, 손윗동서들도 많은 고생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딱히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다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대충 흘려듣고 있었는데, 듣다보니 이야기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그래서 얼마나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했는지 물었더니 지인은 결혼 초에 한두 해 정도였을 거라고 대답한다.

원래 분가할 계획이었는데, 남편이 먼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더 빨리 분가했다고 하더군요.”

염병할, 결혼 초에 잠깐 시집살이한 것을 30년이나 되도록 우려먹는다는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서 욕지거리가 튀어 올랐다.

신병들이 처음 자대에 배치되면 흔히 군기를 잡히듯이, 결혼 초였다면 시어머니나 손윗동서들이 그 나름의 가풍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기강을 잡았을 수도 있건만, 대단한 시집살이나 했다는 듯 아직까지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을 하다니.

아무리 고됐다고 해도, 그 정도의 시간은 거꾸로 매달려있어도 지나갔을 텐데.

물론, 그 집 내막을 잘 모르는 그가 전한 말은 사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렇게 쉽게 흥분했던 이유는, TV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듯이, 결혼 초에 느꼈던 남편이나 시댁에 대한 전혀 대수롭지 않은 겨우 몇 가지 서운함조차 몇 년씩, 몇 십 년씩 우려먹는 아내가 의외로 많이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자신의 대수롭지 않은 고생담을 악용해서 아버지와 자식을 이간질하는 아내도 결코 적지 않게 있다.

그렇다보니 아버지의 사랑을 잔뜩 받았건만 자신의 아버지를 마땅한 이유도 없이 미워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게 있는데, 그녀의 자식들 역시 자신의 아버지와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보면 마찬가지가 아닌 듯싶었다.

그 여자도 혹시, 자식들한테 귀가 아플 만큼 하소연을 계속해댔던 것 아냐?’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결국 지인의 말을 자르고 말았다.

자네가 아직 결혼을 안했더라면 그런 여자와 결혼하겠어?”

그랬더니 대뜸 지인은 짧고 강하게 서너 차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라는 대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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