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성과 특수성

2014. 4. 8. 12:00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어릴 때부터 나 스스로를 변호하는 습관이 몸에 밴 까닭에 초등학교 때까지 나는 말을 논리정연하게 참 잘했다.

오죽하면 어머니가 나중에 변호사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실 정도였으니.

하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몇 가지 이유로 말하는 데 점점 게을러지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 정리되지 않은 나 혼자만의 생각을 그저 내키는 대로 말할 때가 점점 늘어났다.

충분한 부연설명을 하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게 말을 하거나 말하던 도중 갑자기 그만두는 등으로.

말한다고 알아듣겠어?’ 생각하면서.

혹은,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겠지생각하면서.

그렇다보니 주변사람들에게 엉뚱한 오해를 받을 때가 자꾸 늘어났는데, 이 때문에 좀처럼 내 생각을 말하지 않는 습관이 더욱 몸에 배게 되었다.

마침 그때 책상은 책상이다를 통하여 일반성’(혹은, ‘보편성’)특수성을 알게 되면서, 나는 비로소 말은 듣는 사람이 알아듣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초등학교 1학년짜리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의미의 말이라도 결국 쓰레기가 될 뿐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말하는 데에 게을렀던 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간단한 말조차 내가 왜 이렇게 말을 하느냐하면등으로 이유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몹시 장황하게 말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망가졌던 말하는 습관은 조금씩 고쳐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친구 등의 주변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핀잔도 받아야했다.

너는 말을 너무 길게 해. 좀 짧게 말해”, “너는 변명이 너무 많아등으로.

그래서 그 다음에는 쉽고, 짧고 명확하게 말하자생각하게 됐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자꾸 늘어나서 아예 말할 기회를 잃어버린 채 끙끙 냉가슴만 앓을 때도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는구나.’

그렇다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늘어났던 것이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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