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범죄’는 없다

2011. 10. 15. 14:55정신문제 이야기

‘한 사람에게 매우 오랫동안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해코지를 당해오던 어떤 사람이 마음껏 분풀이를 할 수 있는 적당한 사람을 찾아가 실컷 해코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을 흔히,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 가서 화풀이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그런데 ‘묻지 마 범죄’들이 거의 예외 없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즉, ‘묻지 마 범죄’의 거의 모든 경우가 실제로는, 누구인가로부터 매우 오랫동안 계속해서 해코지 당하면서 쌓인 응어리를, 만만하게 보이는 애꿎은 사람들만 골라 화풀이하는 ‘분풀이 범죄’인 것이다.

여자들이나 어린아이들, 혹은, 노인들과 같이.

뿐만 아니라, 연쇄살인은 물론, 상습절도나 상습폭력이 사실은 이 ‘분풀이 범죄’에 속하며, 상습성추행과 상습성폭행, 또, 상습 가정폭력 등의 각종 상습적인 범죄들 역시 사실은 바로 이 ‘분풀이 범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과거에는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가해자가 된 경우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래서 한편으로는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해코지하던 가해자에게 앙갚음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 잔뜩 쌓인 응어리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겠다는 생각 역시 하지 않으며, 또, 자신이 희생양이 돼 ‘해코지의 전염’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은 더욱 하지 않는다.

‘왜 나만 이렇게 당해야해?’,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 등의 생각만 주로 할뿐.

그러니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분풀이 범죄자’로 키웠다고 이해하면 될 듯한데, 그렇다고 해서 ‘분풀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 같은 행위를 하거나 계속한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그중에도 분명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더 이상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등의 생각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

하지만 딱 거기까지 뿐, 그 거의 모두는 실제로 ‘분풀이 범죄’를 멈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마다 ‘분풀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자신이 같은 범죄를 또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온갖 핑계로 술을 마시며, ‘이렇게 하다가는 매우 불행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예감하면서도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점점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