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아는 그래도 인간적이다

2011. 11. 8. 13:14세상 속 이야기

어떤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계속해서 해코지를 당하던 두 사람이 있었다.

이 둘은 별달리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당하기만 했는데, 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자 그중 한 사람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욕하고 때리는 등, 엉뚱한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계속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자기를 해코지하던 사람에게 앙갚음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두 사람들 중에서 누가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오랫동안 해코지했던 사람이 바로 그 아버지나 어머니라면 과연 누가 더 나쁜 짓을 한 것이 될까?

효도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부모에게 욕을 퍼붓거나 폭력까지 휘두르며, 심지어 부모를 죽이기도 한다는 패륜아.

그런데 이 패륜아들 중에는, 위의 자기를 해코지한 사람에게 앙갚음한 사람처럼, 오랫동안 부모로부터 상처받았던 것을 보복한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게 섞여있다.

반면, 그 밖의 범죄자들 중에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을 전혀 엉뚱한 사람들에게 분풀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섞여있는데, 이 두 가지의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태도는 매우 일방적이다.

즉, 패륜아는 자신이 전혀 해코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결코 하면 안 될 짓을 했다’며 손가락질 받는 것은 물론, 무조건 폭력이나 살인 등, 같은 형태의 범죄를 저지른 여느 범죄자들보다도 1.5배가량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교도소에 갇힌 여느 범죄자들도 패륜아들을 대놓고 손가락질할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느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억울하게 그 분풀이의 대상이 된 사람들마저 불쌍하게 생각도 하고, ‘그럴 수도 있다’ 생각도 하는 등, 매우 관대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는 반면, 패륜아에 대해서는 ‘연쇄살인범보다 더 나쁜 인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이니.

따라서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들에게 분풀이하는 것보다 부모에게 보복하는 것을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물론 이 같은 패륜아에 대한 태도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고 해도, 바로 이런 객관적이지 못한 태도가 여느 범죄자들이 늘어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