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와 폭력 중에서

2012. 12. 29. 14:44세상 속 이야기

아내가 용돈을 전혀 주지 않아서 무일푼으로 하루를 생활한다는 한 직장인 남편.

그렇다보니 아예 밥을 굶을 때도 많다는데, 이 때문에 걸핏하면 아내에게 욕 등의 폭언을 퍼붓고, 술에 취하면 당장이라도 때릴 듯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한다.

이에 단호하게 "욕을 하는 등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말하는 한 변호사.

물론, 이 변호사의 말이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앞서, 식욕이란 반드시 존중되어야할 모든 생물의 기본욕구 중 하나.

아주 하찮은 미물들도 꼬박꼬박 끼니를 때우며, 연쇄살인 등 몹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 범죄자들에게도 꼬박꼬박 밥을 주건만,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는 어엿한 직장인이 용돈을 받지 못해 툭하면 굶다니.

따라서 그는 아내에게 생명체로서의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는 생명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한 아내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이 정도라면 당연히 남편을 미생물로도 여기지 않는 아내가 비난을 받아야하건만, 그런데도 툭하면 욕을 하고, 당장이라도 때릴 듯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실제적인 피해자인 남편만 일방적으로 비난하다니.

그런데 이처럼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논리로 진짜 가해자는 오히려 두둔하는 반면, 정작 위로받아야할 진짜 피해자는 거꾸로 가해자로 만드는 사람은 결코 적지 않게 있다.

무엇이 우선인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오직 아주 그럴듯한 명분의 말만 끊임없이 쏟아내는 말쟁이들이.

이런 형편이니 ‘억울한 가해자’가 되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억울한 가해자’를 만들지 않으려면 말쟁이들의 교모한 말장난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할 것이다.(사진 : MBN <님과 남 사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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