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열망하던 시절

2014. 3. 24. 10:21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남을 해코지하기 좋아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벌컥벌컥 화를 내는 등 성질이 몹시 고약한 사람에 대한 불평을 참다못해 하면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나 선배들로부터 꼭 듣는 말이 있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 네가 참아라.”

위로는커녕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억울했는데, 하지만 너무 흔하게 듣다보니 나 역시 어느새 그러려니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질 고약한 사람들이 뭇사람들의 묵인을 용납이라는 듯 악용해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잠깐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듯싶다가도 제대로 말리는 사람이 없다보니 곧 부모님이나 교사 등 어른마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실컷 성질을 부렸으니.

오히려 종종 그런 말썽꾸러기들이 피해자라는 듯 위로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네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좀 참아라.” 등으로.

그 말에 말썽꾸러기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져서 나를 포함한 여러 주변사람들에게 더욱 큰소리를 치는 등 마음껏 못된 성질을 부렸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무엇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다가도 얌전하던 누구인가 한두 번 대수롭지 않은 말썽이라도 부리면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아주 집요하게 잘못을 따지고, 때로는 세상에 다시없을 몹시 악독한 인간으로 몰아붙이기도 하던 어른들 등의 주변사람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착한 사람은 단 한 번도 말썽을 부리면 안 되고, 성질이 고약한 사람은 실컷 말썽을 부려도 된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라, 착한 사람에게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사람들은 말썽꾸러기가 겨우 한 번 좋은 일을 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렇게 피해자에게는 몹시 인색하고, 가해자에게는 몹시 인자한 사람들의 모습을 매우 여러 차례 보면서 사람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더구나 온갖 이유로 배신하면 안 될 사람까지 쉽게 배신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혐오감까지 느껴져 한동안 죽음을 열망하면서 살았었다.

꽃같이 아름다웠던 20대의 내 젊은 날 중 무려 5년 반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을 이 구역질나는 사람들이랑은 더 이상 같은 곳에 살고 싶지 않다면서.

한편으로는 뭇사람들의 푯말이 되기를 기도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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