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7. 10:49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자주 가던 동네의 소형슈퍼가 있었다.
그곳의 여주인은 짬짬이 커다란 봉투 안에 잔뜩 들어있는 사탕을 몇 개씩 나누어 조그만 봉투에 다시 포장하는 부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쑥 사탕 한 알을 집어먹고 싶다는 심술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었던 데다가 딱히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모르는 척 무시했는데,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한 가지의 욕구로 자랐는지 그 대수롭지 않은 생각은 어느 날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여주인이 거스름돈을 내주는 아주 짧은 사이에 나도 모르게 계산대 위에 있던 큰 사탕봉투 속으로 재빨리 손을 뻗어 냉큼 사탕 한 알을 집어먹은 것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생각할 틈조차 없이.
그런 내 모습을 본 여주인의 얼굴은 곧 굳어졌고, 그 표정을 보고야 조그만 사탕 한 알을 입에 문 내 얼굴은 잔뜩 붉어졌다.
‘나잇살이나 처먹은 놈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겨우 정신을 차린 내 머릿속에는 후회와 민망함, 그리고 여주인에 대한 미안함 등 온갖 복잡한 생각이 가득 들어찼는데, 여주인에게 몇 차례 사과를 했고, 꽤 여러 날이 흘렀는데도 그때의 그 복잡한 생각은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볼품없는 사탕에 대한 대수롭지 않은 마음도 보잘 것 없게 여겨 제대로 추스르지 않고 무시했더니 결국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구나.’
그런데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작은 사탕에 대한 대수롭지 않은 생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나를 괴롭혔다.
그 뒤에도 부업을 하는 그 여주인의 모습을 보면 또 불쑥불쑥 사탕 한 알을 집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또 망신을 당하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런 욕구 같지도 않은 욕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문득 또 한 번 무엇인가에 홀린 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살인 등 온갖 흉측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람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이 나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비록 행위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것은 어차피 마찬가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