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이 많습니까?

2011. 8. 24. 01:57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저는 잡념이 너무 많습니다. 오죽하면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이군요.

그렇게까지 된 데는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제까지 제대로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머릿속이 복잡한 만큼 오랫동안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고 이해하면 될 듯한데,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정리해 봐요. 그러면 금방 좋아질 것입니다.

Q :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그런 것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집처럼, 머릿속이 잔뜩 어질러져 있다 보니 쉬지 않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마구 요동치는 것이죠. 그래서 집안을 깨끗이 청소를 하듯이 생각을, 머릿속을 차근차근 정리하라고 말한 것이고요.

Q : 네에.

더구나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면 어떤 생각이 자신을 위하여 중요한 것인지, 또, 어떤 생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알기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쓰레기는 금고에 넣어두고, 황금은 쓰레기 속에 버리는 것처럼, 여러 가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뿐 아니라,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말과 손해가 끼치려는 사람의 말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Q : 음.

이런 까닭에, 심지어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나쁜 놈’이라며 피하고,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며 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는데, 그래서 생각은 늘 정리하는 훈련을 해야 하고, 그런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겁니다.

Q :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라면 요가를 하라는 말씀인가요?

실제로 요가 등의 운동요법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잠시 생각이 사라지는 듯싶지만, 운동을 마치면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거든요. 그렇다보니 그 혼란함을 잠시라도 잊기 위하여 운동에 다시 몰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중에는 아예 운동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있죠.

Q : 그래요? 그럼 명상을 하면 머릿속이 정리될까요?

명상은 말 그대로,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 아닌가요? 명상에 대한 사람들의 말이 워낙 다양해서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저는 명상은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는 것을, 즉,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겠죠?

Q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를 하면 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그 이상의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제부터 꾸준히 글을 써보세요. 그럼 곧 머릿속이 맑아질 것입니다.

Q : 저는 글을 잘 못쓰는데요. 제가 글을 좀 쓸 줄 알았다면 벌써 소설가나 시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과연, 소설이나 시를 쓰면 생각이 정리될까요? 다른 사람들이야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제 경우에는 소설이나 시를 쓰기 위한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오히려 점점 더 생각이 많아져서 머리만 더 복잡하게 되고 아프게 되던데요. 아무튼, 소설이나 시를 써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지는 직접 실험해보시기 바랍니다.

Q : 그러면 어떤 글을 쓰라는 말씀인가요?

말 그대로, 형식에 상관없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나 소설 등은, 반드시 지켜야할 형식이 있다 보니, 머릿속에서 충분히 정리한 뒤에야 쓸 수 있고,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고요.

Q :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라?

아무래도 좀 더 체계적으로 말해야할 것 같군요. 우선, 질문을 한 가지할게요.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던가요?

Q :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잖아요? 물론, 글로 표현할 때도 있고요.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우선 말이나 다양한 행위로 표현하며, 또,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글이나 그림, 또는,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데, 그래서 글이나 음악이란, 또, 그림 등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다’라고 말할 수 있죠.

Q : 그런데요?

그렇다보니 글을 읽어보면 그 작자의 마음을, 생각을 알 수 있으며, 자신이 쓴 글을 직접 읽으면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인데, 아무 글이나 쓰라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나’의 마음을, ‘나’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글을 써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저절로 머릿속은 정리되며, 또, 쉽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Q : 네에. 좀 막연하지만, 그래도 대충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배웠던 글쓰기 방법이 머릿속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을 것이니, 물론 처음부터 그런 글을 잘 쓸 수는 없겠죠. 그래도 꾸준히 연습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게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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