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삶

2011. 8. 21. 12:10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도대체 왜 이렇게 삶이 힘들고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하는 일마다 꼬이네요.

문제해결능력이 약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것만 보완하면 삶이 달라질 것이니, 이제부터는 우선 그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보세요.

Q : 나는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죠? 말도 다 들어보지 않고 너무 섣불리 판단하는 것 같군요.

하나의 산을 올라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듯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도 사실은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그리고 그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는 반면, 가장 나쁜 방법도 있는데, 하필이면 그중에서 가장 나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Q :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죠.

그뿐 아니라, 그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문제가 모두 해결된 듯 보이는 까닭에 사람은 방심하는데, 그런 형편이라면 더 이상 같은 문제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덤빈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Q : 제가 그런 경우라는 말씀인가요?

한때는 아무 문제도 없고,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싶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즉, 지금의 문제해결능력으로는 결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때가 되면 그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마치 전혀 새로운 문제인 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죠. 과연, 그렇게 되도 사람이 계속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Q : 음.

그렇게 되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게 되죠.

하지만 ‘내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까닭에 이런 꼴이 되었다’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그저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할 뿐이죠. 또, ‘도대체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겪나?’ 생각하고요.

Q : 저도 그런 면은 좀 있군요.

처음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인가를 원망하고, 그 뒤에는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반응하는 순서이니까요. 아무튼, 그런 형편이라면 삶이 피곤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또, 이 세상을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Q : 그렇게 되기는 매우 힘들겠죠.

그러나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면 사람은 차츰 그 온갖 문제들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 능력을 키우라고 말한 것이고요.

그런데도 내 말이 그저 섣부른 판단에 불과한 것 같습니까?

Q : 처음부터 그렇게 차근차근 말씀하셨다면 제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겠죠.

또 나를 원망하는군요.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목이 마르다고 말하기에 물을 주면 마시지는 않고, 화를 내면서 ‘왜 물을 주느냐?’ 따지죠. 그래서 ‘당신이 목이 마르다고 말해서 준 것이다?’ 설명하면, 그때서야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지’ 대꾸하고요. 그래서야 무서워서 도대체 누가 도와주려고 하겠습니까? 다른 누구인가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삶이 그 모양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 때문이니까요.

Q : 음. 그럼 어떻게 해야 그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려면 먼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나’부터 알아야하고요. ‘나’를 알기 위하여 노력하다보면 자신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아주 정확하게 알 수 있거든요.

Q : 제 문제야 제가 잘 알죠.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문제해결능력이 약하다는 사실은 왜 모르죠? 또, 바로 그 능력이 약해서 계속해서 고생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은 왜 모를까요?

이 한가지만으로도 자신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건만, 그런데도 계속해서 그렇게 말할래요?

Q : 음.

초등학교시절, 시험을 볼 때마다 어머니께 ‘문제를 잘 읽어라’라는 말을 적지 않게 들었을 텐데, 그렇게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그 해답까지도 쉽게 알 수 있고요. 더구나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의 거의 대부분은 더욱 그렇죠.

Q : 음.

그뿐 아니라, 그런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모든 유형의 정신문제도 해결되고, 외상에 의하지 않은 각종 질병들도 모두 다 해결되죠. 그래서 ‘나’를 아는 것은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그래도 자신의 문제를 잘 안다고 말할래요?

'푯말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로부터의 자유  (1) 2011.08.23
자유로운 영혼  (3) 2011.08.21
두 개의 ‘나’  (0) 2011.08.21
대인관계가 어렵습니까?  (0) 2011.08.21
자유롭고 싶습니까?  (0) 201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