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나(我)’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본래의 나(我)’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각기 그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순수한 나(我)’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Q : ‘순수한 나’요?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순수하지 못하다는 뜻입니까?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은 수많은 무엇인가에 계속해서 억눌립니다.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도 많이 있고, 정작 하고 싶은 일은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매우 흔한데, 이런 형편이니 ‘지금의 나’가 어떻게 순수할 수 있겠어요?

따라서 ‘지금의 나’는 ‘억눌린 나’라고 이해해야 정확합니다.

Q : ‘억눌린 나’라?

이 세상에 태어난 뒤에 사람은 특히 인위적으로, 즉, 그 부모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온갖 이유로 계속해서 억눌리게 되죠.

그렇다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작은 상자 속에 갇힌 것처럼, 삶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정도로 아주 심각하게 억눌려있어요.

그러니 삶이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과연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결코 그럴 수 없죠.

Q : 문제라면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나요?

매우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등과 같은 매우 다양한 형태의 정신문제입니다.

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성격에 대한 고민도 그 문제들 중 하나이죠. 그뿐 아니라, 실제로는 고혈압이나 당뇨, 또, 암 등의 매우 다양한 질병들 역시 바로 억눌린 까닭에 시작되고요.

Q : 그래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억눌림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약이나 수술 등의 방법으로 그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렇게 해서야 제대로 그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Q :그래도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은 뒤 병이 나은 사람들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런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오해하시는데, 그런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문제든지 그런 단편적인 방법들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억눌린 까닭에 생긴 문제들이 그런 단편적인 방법들로 모두 해결될 것 같습니까?

억눌린 까닭에 시작된 고통이 그런 단편적인 방법들로 모두 사라질 것 같습니까?

Q :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억눌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말씀은 분명히 맞습니다. 또, 인위적인 억누름이 아니라고 해도, 기후, 날씨, 혹은, 밤과 낮의 교차 등, 실제로 사람을 억누르는 것은 매우 많으니까요.

하지만 누구인가에게 억눌려서 자신의 원형, 즉, 그 본래의 모습도 전혀 모르면서 억눌려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자신의 원형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

Q : 음.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 본래의 모습을 알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누구인가에게 억눌립니다. 이렇게 자신의 원형을 찾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그저 억눌리기만 하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Q : ‘본래의 나’를 알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억눌립니까?

그럼요. ‘나를 알고 싶다’, ‘나를 찾고 싶다’ 말하면 수많은 부모들이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라! 그런 거 알면 돈이 나오니? 밥이 나오니?” 하잖아요. 또, ‘철학자라도 됐냐?’ 등으로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죠.

Q : 하긴, 저도 누구인가에게 그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요.

그런 사람들은 듣기 좋게,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자신의 원형조차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도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얕은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또 다른 형태의 억누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 뭐, 푯말님 말씀대로라면 그렇겠군요.

그뿐 아니라, ‘특이한 생각을 한다’, ‘이상한 생각이나 한다’ 등으로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중에는 심지어, 자기가 쉽게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한다는 이유로 험악한 말을 쏟아 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들까지 있고요.

Q : 그래요? 정말 별 희한한 사람들이 다 있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여기고, 또, ‘나를 알고 싶다’, ‘나를 찾고 싶다’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내 속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라는 등으로 툴툴대고.

마치, 자기만이 그 본래의 모습을 알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듯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