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2011. 8. 15. 22:52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요즘 들어서 자꾸만 ‘헛살았다’ 생각되는군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세상살이를 준비하지 않은 채, 즉, 삶에 대한 설계도조차 그리지 않은 채,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더군요.

그러니 혹시 자신도 그런 사람이 아닌지 이번 기회에 충분히 점검해보시죠.

Q : 산다는 것이 뭐 별 것 있겠습니까? 그저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자식새끼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이상 뭐가 있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살아오다가 결국은 ‘이제까지 헛살았다’ 생각하게 되었으면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이제부터라도 세상살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보시죠. 그럼 머지않아서 ‘헛살았다’ 생각하는 것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Q : 진짜 그렇게 될까요?

‘나’를 알게 될수록 사람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은 물론, 그 생각에 담겨진 여러 가지 의미와 가치를 하나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 여러 가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될수록 ‘헛살았다’ 등의 생각에서 그만큼 많이 벗어나게 되죠.

Q : 음.

이와는 달리, 지금처럼 계속해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담겨진 의미와 가치를 무시하면서 살아간다면 또 계속해서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삶을 살게 될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자주, 또, 더 많이 ‘헛살았다’ 생각하게 되겠죠?

Q : 제 말이나 행동에 제가 모르는 의미와 가치가 많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군인들은 자신이 습관적으로 잠자고, 먹고, 또, 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행위 하나하나는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행위이죠.

그래서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밥을 먹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잠자거나 똥과 오줌을 싸고, 심지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는데, 사람의 모든 말과 행위에도 실제로는 엄청나게 많은 의미와 가치가 담겨있답니다.

Q : 네에.

더구나 ‘나’를 알게 되면, 그래서 자신의 존재목적이나 존재가치까지 알게 되면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면, 오직 그 존재목적에 의한, 즉, 언제나 의미와 가치가 있는 말이나 행동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세상살이의 준비를, 이 세상에서의 삶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보라고 말한 것이죠.

Q :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꼭 그렇게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며 살아야하나요?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알게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말입니다. 또, 그렇게 되면 더 이상 ‘헛살았다’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고요. 뿐만 아니라, 늘 자신에게, 자신의 말과 행동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게 되죠.

그래서 더욱 ‘헛살았다’ 등의 생각은 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요.

Q : 그래요?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아는 사람의 삶과 그것을 모르는 사람의 삶이 같을 수 없겠죠? 그러니 두 사람이 비록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해도 그 의미와 가치가 같을 수 없을 것이고요. 그래서 비록 같은 말이나 행동을 했어도, 한 사람은 ‘보람있다’ 생각하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헛살았다’ 생각하는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Q : 네에.

이렇게 ‘나’를 알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그밖에도 또 많은 차이가 있답니다.

Q : 그렇군요. 도대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머리 아프게 그 의미나 가치를 생각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네요. 그냥 단순하게 살면 좋잖아요? 아무런 걱정이나 근심도 없이 말입니다.

그렇게 무뇌충처럼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좋게 보이나요? 이제까지 그런 삶을 추구하다가 결국 ‘헛살았다’ 생각하게 되었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하기 싫다면 차라리 ‘헛살았다’ 말하지 말던가요.

그중에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헛살았다’ 말하면 도대체 어떤 뭐가 나아지겠어요?

Q : 그냥 다 이렇게 사는 것 아닌가요?

자신이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데, 아무튼 그렇게 생각한다면 계속해서 그렇게 투덜대면서 살아가야겠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요.

Q : 그런데 정신과의사세요?

갑자기 웬 정신과의사? 정신과의사들 중에 ‘나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가요? 글쎄요? 그런 의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정신과의사가 아닙니다. 또, 심리학자나 임상심리사도 아니고요.

Q : 그래요? 정신과의사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거요? 괜히 시간낭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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