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통한 사람공부 1

2014. 4. 12. 10:49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 집에는 누구인가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들여놓은 책이 책장 가득 여러 질 있었다.

수필전집, 한국단편문학전집, 세계단편문학전집 등등.

하지만 당시에는 만화를 더 좋아했기에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심심할 때면 수필집부터 시작해서 한 권씩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국단편문학전집에 빠져있을 때의 어느 날.

한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니, 분명히 처음 읽는 글이었건만 이상하게 읽은 듯싶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이상하다. 왜 읽은 것 같지?’

그런데 며칠이 지난 뒤,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니 역시 처음 읽는 글이었건만 또 읽은 듯싶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그런 느낌은 그 뒤에도 몇 차례 더 느꼈는데, 그러던 어느 날인가 문득 왠지 읽은 듯싶은 소설들은 같은 주제를 작가마다 각기 다르게 쓴 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여러 명의 요리사가 똑같은 음식재료로 각기 다른 음식을 만들어놓듯이.

그래서 내 짐작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억이 나는 대로 같은 주제의 소설들을 찾아 번갈아 다시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정말 내 짐작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희열이란.

그날부터 한동안 작가가 다른 같은 주제의 소설을 찾아내는 재미에 빠져있었는데, 그 양이 어느 정도 되자 몇몇 작가들을 나이를 기준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었다.

○○○ 작가는 □□□ 작가보다 늦은 나이에 같은 주제의 글을 썼구나.’ 등으로.

뿐만 아니라, 몇 번인가는 몇몇 소설가의 다음 작품을 예측하기도 했다.

□□□ 작가가 그 다음에 이런 주제의 소설을 썼으니 ○○○ 작가 역시 다음에는 같은 주제의 소설을 쓸 거야라면서.

그러나 당시에 읽었던 전집에는 모든 소설가의 모든 작품이 소개되지는 않았기에 여러 작품이 소개되어있던 겨우 두세 명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서만 나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소설가들의 생각이 같은 순서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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