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

2011. 8. 21. 12:06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아무래도 제 안에는 악마가 사는 것 같습니다. 불쑥불쑥,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아무리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없어요.

무엇인가에 잔뜩 억눌렸나보군요? 그렇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Q : 억눌려서 제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요?

사람이 무엇인가에 억눌렸을 때, 그 안에는 ‘순수한 나’와 ‘억눌린 나’가 함께 존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억눌리면 ‘순수한 나’는 자꾸만 작아지는 반면, ‘억눌린 나’는 그만큼 더 커지는데, 그렇게 될수록 ‘순수한 나’의 생각은 적어지는 반면, ‘억눌린 나’의 생각은 많아집니다. 즉, 다양한 바라지 않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그런 생각을 자주하는 만큼 많이 억눌려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Q : 그래요? 그럼 제 안에 악마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었나요?

악마는 무슨? 괜한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 그 억눌림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 봐요. 그렇게 하면 더 이상 그 이상한 생각에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니까요.

Q : 그런데 제가 무엇에 억눌렸을까요?

그에 대해서는 스스로 알아내야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기껏, ‘그렇구나.’, 혹은, ‘정말 그런가?’ 정도로만 생각할 뿐, 그 억눌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누구에게도 그런 질문은 하지 마세요.

Q : 그럼 무엇에 억눌렸는지 알게 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엇에 억눌렸는지 알아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할 수 있겠죠? 따라서 그런 질문은 그 모두를 알아낸 뒤에 하기 바랍니다. 더구나 무엇에 억눌려있는지 제대로 알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이상한 생각에서 그만큼 많이 자유롭게 되겠죠?

Q : 네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가 무엇에 억눌려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자신을 알기 위하여 노력해야죠. 즉, 자기관찰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이 도대체 무엇에 억눌려있는지 순서대로 모두 알아낼 수 있죠.

Q : 순서대로 모두 알 수 있다? 제가 여러 가지에 억눌려있다는 말씀인요?

무엇인가 한 가지에 억눌렸을 수도 있지만, 그와는 것과는 달리, 여러 가지에 한꺼번에 억눌려있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중에서 어떤 경우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니, 자세한 것은 직접 알아보기 바랍니다. 이미 말했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

Q : 그런데 꼭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잖아요?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하지 말라고 말했나요? 더구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건만, 어떻게 무턱대고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나는 그저, 이상한 생각을 자꾸 하는 것이 괴롭다고 말해서 질문에 대답한 것뿐입니다.

Q : 생각으로만 그친다면 아무런 생각이나 해도 괜찮을 듯싶군요.

모든 생각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의 생각은 말이나 행동을 통하여 표현됩니다. 특히, 자주 하는 생각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죠.

그러니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자주 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큰일 날 수도 있죠.

Q : 그렇다고 해도 제가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요?

연쇄살인범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토록 여러 사람들을 죽인 것 같습니까? 그리고 변태성욕자들은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분명히 그들 모두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런 생각에 계속해서 시달리다보니, 미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할래요?

Q : 그런 사람들이야 의지가 약했으니 그렇게 되었겠죠.

의지도 생각의 일부인 까닭에, ‘억눌린 나’가 계속해서 커지면 그 의지도 그만큼씩 커지며, 그러다가 ‘순수한 나’의 의지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억눌린 나’의 의지대로 말하거나 행동하게 됩니다. 연쇄살인범들이나 변태성욕자들이 그렇게 될 수 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죠.

Q : 네에. 그래도 저는 좀 다를 것 같은데.

자신의 안에 악마가 있다고 느낄 정도면 자신을 직접 억누르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는 듯한데, 정말 그저 생각만 할뿐, 말하거나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자신을 고쳐요.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죠.

Q : 왜요? 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까?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니 자신에게 문제가 조금도 없던 것 같이 느껴지나요?

아니면, 굳이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나요?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들었나보군요. 아무튼, 혹시라도 앞으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나 이 세상을 탓하지 말고, 자신을 탓해요.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한 사람은 분명히 본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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