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없습니다

2011. 8. 20. 13:27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저는 자신감이 너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도 못한 채, 우물쭈물하다가 그만두죠. 도대체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우선 알아둘 점은, 하고 싶은 말을 내키는 대로 모두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신감이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까닭에, 혹은,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게 내키는 대로 말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Q : 그래요? 그래도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운데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요. 내키는 대로 말하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못하거든요. 왜냐하면, 내키는 대로 말하며 사는 사람은, 비록 처음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주변사람들이 피곤해서 자꾸만 피하게 되며, 그렇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외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성질이 더러운 사람은 말년이 외롭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낫죠.

Q : 그런가요? 그래도 제 자신을 확 바꾸고 싶군요.

 매우 위험한 생각만 골라서 하는군요.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가 싫다면서 살기 좋아 보이는 미국으로 이민을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그 사람은 무조건 좋을 것 같나요? 물론, 그 바라는 대로, 좋은 점들도 많이 있겠지만, 좋지 않은 점들도 분명히 적지 않게 있답니다. 아니, 좋지 않은 점들이 더 많을 수도 있죠.

Q : 음.

‘나’를 바꾸는 것 역시 이와 마찬가지여서, 그렇게 해서 좋은 점들도 있겠지만, 좋지 않은 점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양면성’이라는 것이 있는 까닭에 그렇게 되는 것인데, 그런데도 무조건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거예요?

Q : 하지만 자신을 바꾼 뒤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요. 제 친구들 중에도 그런 친구가 몇 명 있어요.

그렇다면 생각대로 해야겠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자신을 바꾸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어요? 오히려 말리면 안 되겠죠?

Q :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도 바뀌지 않더군요. 뭐가 문제일까요?

방법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든지, 아니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향으로 그런 노력을 계속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 것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스스로를 향하여 투덜대지는 않겠죠. 그러니 이제부터는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선택하여 좀

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자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봐요.

Q : 네에. 그럼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알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다보면 점점 더 많이 ‘나’에 대한 정보들을 정확히 알게 되며, 그렇게 될수록 그만큼 더 ‘나’를 믿을 수 있게 되고, 그래서 그만큼 더 확신하며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니까요. 즉,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신감이 아니라, 진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Q : 진짜 자신감? 그럼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감은 진짜 자신감이 아닌가요?

진짜 자신감이 있으려면, 말 그대로,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하죠. 그렇게 되지 않고는 결코 자신감을 가질 수 없는데, 사람들이 자신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그런 사람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툭하면 생각하는 등, 오히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죠.

Q : 그래요?

그런데도 그저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까닭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 있다’ 등의 말을 듣는 것인데, 이미 말했듯이,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외로워져요. 그중에는 자식들에게까지 버림 받은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고요.

Q : 네에. 아주 무섭네요.

하지만 ‘나’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시험문제의 정확한 답을 알고 있는 학생은 누가 무엇이라고 하든지 결코 흔들리지 않듯이, 확실한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현명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코페르니쿠스가 불타죽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지동설을 말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가 정확한 정보를 알았기 때문이죠.

Q : 그럼 ‘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면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안 보게 되나요?

당연하죠. 답을 정확하게 모르는 학생들이나 ‘이것을 찍을까? 저것을 찍을까?’ 고민하고,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자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주눅 들게 되며, 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면 당연히 더 이상 그렇게 할 필요나 이유가 없죠.

Q : 하고 싶은 말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고요?

실제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내키는 대로 했다가는 적들이 자꾸 늘어나며, 그래서 외로워지는 등, 점점 더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그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한 말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적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적을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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