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고 싶은데…

2011. 8. 20. 13:22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어떻게든 제 자신을 바꾸고 싶은데,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안 되는군요.

자신을 바꾸고 싶다? 나도 한 때 그런 생각을 하던 적이 있었죠. 아무튼, 매우 위험한 생각을 하는군요. 참으로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 그게 왜 위험하죠?

어떤 사람이 자기가 사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무턱대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그 사람은 모두 좋을 것 같나요? 물론, 좋은 점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로 인하여 좋지 않은 점들도 생깁니다. 또, 좋지 않은 점들이 훨씬 더 많이 생길 수도 있죠. 혹은, 하필이면 강도의 소굴로 이사하는 경우처럼,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길 수도 있고요.

Q : 음.

‘나’를 바꾸는 것 역시 이와 마찬가지여서, 그 때문에 좋은 점들도 있는 반면, 좋지 않은 점들도 분명히 있는데, 그렇다면 그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했나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자신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그만해요. 매우 위험하니까.

Q : 하지만 자신을 바꾼 뒤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제 친구들 중에도 그런 친구가 몇 명 있는데요.

그런 사람이 더러 있다는 나도 말은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또, 어떤 좋지 않은 점이 있는지 충분히 생각한 뒤 그런 노력을 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것인데, 내가 무턱대고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나보군요? 그렇다면 수정해서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말할까요?

Q : 그런가요? 그럼 제 자신을 바꾸면 어떤 안 좋은 점이 있을까요?

자신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도 모르니, 그것까지는 내가 알 수 없죠. 또, 신이 아니면 그 모두를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모두를 알 수 있다고 해도 하나하나 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따라서 대략이라도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고 싶다면 직접 하나하나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군요.

Q : 글쎄요? 물론, 그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으니 그렇겠지만, 아무튼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네요.

하루나 이틀 만에, 혹은, 며칠 만에 알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자신을 바꾸겠다고 노력하면 바라는 만큼 바뀔 수 있을까요?

Q : 음. 만약, 좋지 않은 점들이 많이 있다면 그냥 이대로 살아야하나요?

무엇인가 불만이 있으니 자신을 바꿔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좋지 않은 점들이 몇 가지 있다고 해서 지금처럼 그대로 살아간다면 설마 그 불만이 사라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Q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있는 까닭에, 아무리 좋지 않은 특성이라고 해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매우 좋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분명히 나쁜 짓이지만, 전쟁터에서 적을 많이 죽인 군인은 오히려 상을 받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그런 경우처럼, 불만인 자신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자신에게 불만을 갖지 않게 되겠죠?

Q : 말씀은 맞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요?

실제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아직 한 번도 생각했던 적이 없는 까닭에 또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불만인 특성 때문에 오히려 이득을 보았던 경우를 생각해봐요.

설마, 이제까지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겠죠?

Q : 물론 그렇죠. 자주는 아니지만, 분명히 이득을 볼 때도 있었죠. 그러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보니 아예 제 자신을 바꾸려고 했던 거죠.

그동안 자신의 특성을 활용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손해를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실에 꿰지 않은 구슬들은 결국 쓰레기에 불과한 것처럼.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 단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그러면 무작정 자신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니.

그래서 ‘나’에 대하여 제대로 아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고요.

Q : 하지만 저의 단점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경우에도 결코 손해를 보지 않고 싶다는 거예요?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경우나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면 됩니다.

따라서 무조건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야겠다’ 생각해야죠. 더구나 그렇게 하면 ‘잃은 것’은 ‘투자한 것’으로 바뀌어 언제나 ‘나’에게 더 크고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반으로 변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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