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무엇인가?’ 안에는 ‘정의’가 없다

2011. 8. 28. 01:08세상 속 이야기

백화점에서 상품들을 진열대에 진열하듯이, ‘누구는 이렇게 말했고, 누구는 저렇게 말했다’ 등으로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잔뜩 소개해놓은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아무래도 이해를 위한 분석의 과정에서 누구든지 흔히 하게 되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중 하나로만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EBS에서 방송한 그의 강의에서나 같은 이름의 그의 저서 속에서는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붕어빵 속에서는 붕어를 찾아볼 수 없듯이.

그렇다면 그 안에는 붕어빵 속 앙꼬만큼의 알맹이라도 있을까 싶지만, 막상 그의 강의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히려 정의에 대한 혼란뿐이다.

따라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결국 EBS에서는 ‘혼란’을 방송했으며, 출판사 역시 같은 것을 팔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그의 강의는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있었으며,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하버드대학 교수라는 그의 신분에 혹해 EBS에서 마이클 샌델이라는 ‘방황하는 사람’을 엄청난 스타로 키워준 까닭일까?

그런데 또 최근 SBS 스페셜에서는 이 알맹이 없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소재로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라는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제작해서 방송하고 있다.

스스로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말하면서도.

EBS에 이어 마이클 샌델 교수를 또 한 번 스타로 만들어보겠다는 의도일까?

물론, EBS와 SBS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연달아 소개하는 이유를 불평등하고 불법이 판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정의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토론해보자는 의도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러려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의란 누구인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 토론 등을 통해서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정의(正義)란 오직 ‘나’(我), 즉,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집중적인 사유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까닭인데, 그렇다면 결국 양 방송사는 그저 시청률만 높이기 위해 아무런 의미나 가치도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 전 세계의 셀 수 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아주 그럴듯한 이념 논쟁에만 몰두하다가 정작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들에는 아예 관심도 갖지 못한 채 피 흘리며 죽어갔고 지금도 그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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