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입니까?

2011. 8. 15. 11:18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부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한다

Q : 푯말님, 저는 누구인가요?

나는 그 답을 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일 뿐, 그 답을 말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랍니다. 그래서 내 호가 푯말이죠.

Q : 그 답을 알아야 그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야 당연하죠. 먼저 여행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길안내를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이 세상에는 답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선생질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또, 비록 답을 알아도 그 방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답을 아는 사람만이 그것을 구하는 방법도 가르칠 수 있죠.

Q : 그렇다면 굳이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그 답을 말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사람은 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바라지만, 사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모두 드러나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대략 20살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그것들을 다 알게 되는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이죠.

Q : 그래요? 그럼 저만 그 답을 모르고 있고 것인가요?

아니요. 보나마나 젊은이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은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까닭에 ‘이것은 내가 찾는 답이 아니다’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엉뚱한 곳에서 그 답을 찾고 있는 것이죠.

그런 형편이라면 내가 그 답을 말한들 지금의 답답함이 사라지겠습니까? 보나마나 ‘저것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말하고는 다른 누구인가를 찾아가서 또 같은 질문을 하겠죠.

Q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그 답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세상에는 답을 답이라고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도 엄청나게 많답니다.

그렇다보니 안경을 쓰고 안경이 어디에 두었는지 찾는 사람처럼, 답을 뻔히 알면서도 답을 찾는 경우가 아주 흔한데, 그러다가 자신을 차츰 알게 되면서 겨우 그 가치를 알게 되며,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내가 그토록 찾던 것이 이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죠.

그러니 막연히 헤매지 말고, 오직 자신을 알기 위하여 노력하세요.

Q :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실 수 있죠?

나도 예전에는 젊은이와 같았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동안 나는 이미 내 안에 들어있던 답을 찾고 있더군요.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허탈하던지.

Q : 혹시, ‘내 안에 답이 있으니, 내 안에서 답을 찾아라.’ 말씀하고 싶으신가요?

아니요. ‘나는 누구지?’ 처음 생각을 시작했을 때, 누구나 먼저 자신의 안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왜 삽니까?’ 등으로 묻고 다니죠.

그런 사실을 뻔히 아는데, 무책임하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요?

Q : 저도 그랬는데.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많죠. 엄청나게 많습니다. 물론, 나 역시 그랬고요. 또, 그런 사람들은 과거에도 엄청나게 많이 있었어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타나겠죠?

따라서 선배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또, 후배들이 계속해서 겪을 시행착오를 젊은이도 대를 이어 겪는 것뿐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러니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Q : 그 말씀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저는 결코 그런 시행착오는 겪고 싶지 않습니다. 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한다면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고요. 몇 달 동안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거든요.

누군들 시행착오를 겪고 싶어 그 고생을 하겠습니까?

모두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나는 누구인가?’, ‘왜 살까?’, 혹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생각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죠. 더구나 물어봐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고생하는 것이고요.

Q : 그러게요. 가르쳐주기는커녕, ‘왜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냐? 그냥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해라’ 등으로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알죠. 처음에는 나도 그 비슷한 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내 경우에는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다’, ‘특이하다’ 등으로 조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답니다. 그보다 훨씬 더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고요.

Q : 저만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군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누구인가에게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왜 삽니까?’, 또, ‘나는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물었던 사람들은 보나마나 최소한 한번 정도는 그런 말을 들었을 겁니다.

그중에는 아주 심한 비난을 들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고요. 또, 비록 그 대답을 들었다고 해도 말도 되지 않는 대답을 들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겠죠. 실력은 개뿔도 없는 선생들이 워낙 많이 있으니까요.

Q : 그렇구나. 아무튼,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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