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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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 2
할아버지와 나에게는 매우 다정하셨지만 당신에게는 매우 유별나셨던 할머니, 즉,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동차정비업을 하시던 아버지와 그 종업원들까지 챙기시느라 하루에 겨우 네다섯 시간 밖에 못 주무실 만큼 몹시 바쁘셨던 어머니.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당시 나를 방치하다시피 내버려두셨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비록 내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몹시 심각한 일이었다고 해도, 하루살이가 몹시 고된 어머니에게는 겨우 대여섯 살짜리 어린 꼬맹이의 아주 하찮은 고민이었을 것이니. 못 들은 척 무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만큼.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는 내 어려움을 못 들은 척하시던 어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서운하기만 했다. ‘엄마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
2014.03.31 -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 1
대략 내 나이 대여섯 살 정도의 어린 시절. 당시 살던 동네에는 놀리고 때리는 등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악당이 한 명 있었다. 나랑 동갑인 친구가 매우 많다보니 그는 주로 나와 친구들을 괴롭혔는데, 하루는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끝에 한 친구가 엉엉 울면서 어디로인가 사라졌고, 잠시 뒤 그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나타났다. “누구야? 누가 우리 애를 때렸어?” 성큼성큼 다가오신 친구의 어머니가 놀고 있던 우리를 둘러보시며 호통을 치시자 울면서 친구는 그 악당을 가리켰고, 그러자 친구의 어머니는 그를 향해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이셨다. “네가 뭔데 우리 애를 때려? 너 혼날래?” 그런 일이 한두 번 더 있은 뒤 그 악당은 더 이상 그 친구를 괴롭히지 않았는데..
2014.03.31 -
대한국민을 저주하는 대한국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어느 날. 그날 밤에도 우리나라 축구팀의 축구경기가 예정되어있었는데, 길거리응원을 하기 위해서 일찍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그렇다보니 일찍부터 교통통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성품의 한 지인이 무슨 까닭인지 몹시 화가 난 듯 잔뜩 씩씩대면서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멀리 있는 거래처를 다녀오다가 하필이면 길거리응원 때문에 교통통제를 하고 있는 길로 들어섰고, 그 때문에 꼼짝도 못한 채 한 시간 이상을 자신의 자동차 안에 갇혀있었다고 툴툴댔다. 더구나 교통통제를 한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굳이 그 길로 들어섰다는 그. 그 말까지 들으니 더욱 그가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
2014.03.30 -
가장 오랜 공부재료
얼마 전, 20대 중반의 한 젊은이로부터 자신은 오직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마음이 애잔해지던지. ‘너도 그동안 참 고생이 많이 했구나.’ 순간,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라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잔뜩 시달렸을 그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래서 옅게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나 역시 매우 오랫동안 어머니 등 여러 주변사람들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자신의 말에 책임지라는 말을 들었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등 딱히 책임지지 못할 말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다가 겨우 한번이라도 내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할 때면 비난을 받거나 심지어 꽤 여러 날 동안 놀림을 당하는 등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서너 명씩 떼로 몰려들던 어린 시절의 몇몇 친..
2014.03.29 -
집단따돌림의 이유
요즘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싶은데, 예전에는 자신의 자식에게 어릴 때부터 ‘나쁜 애랑 놀지 마라’, ‘공부 못하는 애랑 놀지 마라’, 심지어 ‘가난한 집 애랑 놀지 마라’ 등으로 말하는 부모가 매우 많이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편 가르기와 따돌림의 조기교육을 했던 것인데, 그렇다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등으로 친구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아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세상물정을 모르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의 말씀은 지상명령과도 같았으니. 뿐만 아니라, 부모의 편 가르기와 따돌림의 조기교육은 형제 등 가족 사이에서도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녀 중 한 명만 유난히 편애하거나 유난히 차별하는 부모가 적지 않게 있었으니. 몇 년 전에도 ..
2014.03.28 -
호된 시집살이의 내막
몇 달 전, 한 지인으로부터 결혼한 지 약 30년가량 된 한 여인의 한없이 원통하고 서러웠던 시집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다. “결혼 초에 시어머니도 그랬지만, 손윗동서들도 많은 고생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딱히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다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대충 흘려듣고 있었는데, 듣다보니 이야기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그래서 얼마나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했는지 물었더니 지인은 결혼 초에 한두 해 정도였을 거라고 대답한다. “원래 분가할 계획이었는데, 남편이 먼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더 빨리 분가했다고 하더군요.” ‘염병할, 결혼 초에 잠깐 시집살이한 것을 30년이나 되도록 우려먹는다는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서 욕지거리가 튀어 올랐다. 신병들이..
201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