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1. 20:04ㆍ푯말의 대화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결혼을 했다고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되죠? 또, 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나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어떤 일을 못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어디에 가든지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고,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그렇겠죠? 결혼을 했다면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을 것인데, 왜 이상하게 생각하죠?
Q : 그래도 이렇게 심할 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쿨하게 살면 좋잖아요. 나는 결혼하기 전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은데,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은데,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요? 남이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건가요?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한 것뿐인데, 왜 결혼을 했다고 하고 싶지 않은 섹스를 억지로 해야 하죠?’ 따지듯이 묻던데, 설마 그와 비슷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Q : 그 여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자기의 마음대로 구속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혹시, 하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하고, 또,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자유로운 영혼 같습니까?
Q :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면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현실과 맞지 않는, 아주 그럴 듯한 생각으로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려고 하는 듯싶군요. 그러지 마시고, 이번 기회에 시간을 두고, 도대체 자유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싶군요.
Q : 내가 현실과는 맞지 않는 생각을 한다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하고 싶지 않은 하지 않고 싶다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 생각인가요? 푯말님도 참 이상한 분 같군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이 조금도 없어요. 생각이 그래서야 어떻게 ‘나’를 아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죠?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이 하고 싶다는 일들 중에는, 실제로 했다가는 이런저런 문제를 만드는 일들이 매우 많이 있답니다. 또,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일들 중에는, 실제로 하지 않았다가는 온갖 문제를 만드는 일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무엇을 하든지, 혹은, 하지 않든지, 반드시 그로 인한 결과를 충분히 생각해봐야 하는데, 이제까지 그런 과정이 없던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라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Q :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내가 온갖 문제만 일으키는 사고뭉치라는 말이군요?
이 세상에는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할 필수사항이 여러 가지 있는 반면, 해도 되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도 여러 가지 있죠. 그런데 이 두 가지 중에는 사람의 입장이 바뀌면 덩달아 바뀌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섹스인데, 결혼 전에는 섹스를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코 자손이 태어날 수 없거든요.
Q :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하죠?
하지만 만약, ‘섹스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말하며 배우자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면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요? 가끔은 ‘반드시 필요할 때만 한두 번 하면 된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렇게 해서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습니까?
Q : 그럼 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과거에는 어떻게 생각했든지 상관없이, 결혼을 했으면 섹스를 필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섹스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생각하며 배우자의 요구를 거부하면 그만큼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되죠.
Q : 그래서요?
또, 섹스라는 행위를 ‘동물적인 행위이다’ 말하는 등, 매우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는 않답니다.
그렇다보니 결혼생활을 하면서 섹스에 담겨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는데, 단지 임신하기 위하여 하는 섹스는 동물들이나 하는 교미일 뿐이죠.
더구나 이제는 단지 아기를 갖고 싶다면 굳이 섹스를 할 필요도 없게 되었고요.
Q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혹은, 무엇을 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그 행위 하나하나에는 매우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답니다. 이런 까닭에 사람의 행위 한 가지를 매우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말하기에 앞서, 자신의 행위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을 하나하나 따져 봐요. 그렇게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혹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자연스럽게 모두 알게 될 것입니다.
Q : 왜 그래야하죠?
그동안 그저 내키는 대로 하다가, 주변사람들에게 핀잔을 듣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면서요? 그렇다면 당연히 생각해봐야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