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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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잣대 3
자신에게는 몹시 관대한 반면, 남에게는 매우 인색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판단의 기준을 자신의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마구 적용하며,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내 두 가지 잣대를 발견할 때마다 판단의 기준을 공평하게 적용하려고 노력했으며, 할 수 있는 만큼 입장을 바꿔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저 사람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이니까’, 혹은, ‘저 사람뿐만 아니라, 나 역시 법을 지켜야한다’ 등으로. 하지만 막상 그대로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때로는 피눈물을 결코 적지 않게 흘릴 만큼 몹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내 것’을 포기해야했으니.1 심지어 때로는 내 자식들조차. ‘이렇게 힘들고 고..
2014.05.05 -
두 가지 잣대 2
남에게는 몹시 인색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행위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까지 말하면서 자신의 행위는 매우 정당하고 당연하다는 듯. 말이 되는 이유든지, 말이 안 되는 이유든지 상관없이. 하지만 남들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같은 행위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그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반면, 남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보니 그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잣대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남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왜 안 그러지?’ 그러나 그중에는 심지어 남 역시 같은 이유로 자신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다는 ..
2014.05.05 -
두 가지 잣대 1
어린 시절, 나를 괴롭히던 몇몇 아이들은 다들 괴롭힘을 당하기 싫어했으면서도, 나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툭하면 온갖 이유로 괴롭혔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이유나 없는 이유를 만들어서까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배신감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모두들 그 아이들처럼 남들에게는 몹시 인색한 반면 자신에게는 아주 관대했다. 모두들 자신의 실수는 남들이 이해해주고 감싸주기를 바랐던 반면, 남들의 실수는 악착같이 추궁했으니. 때로는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조차 질릴 만큼. 또, 수많은 사람들이 온갖 이유로 남을 쉽게 배신했으면서도, 혹시나 배신당할까 두려워 남들에게는 ‘절대로 배신하면 안 된다’ 말하고 있었으며, 대단한 사람이나 된다는 듯이 남들에게는 ‘정직해야한다’,..
2014.05.05 -
신이 있느냐고요?
“신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아주 간절하게. 통계적으로 거의 성경에 등장하는 여호와의 존재여부를 묻는 질문인데, 그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는 나에게는 사실 대답하기 참 쉬운 질문이다. 그냥 사실대로 간단하게 ‘있다’ ‘없다’ 대답만 하면 되니.(나만 그 존재여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것’을 찾는 과정에는 여호와의 존재를 검증하는 과정도 원래 있는 까닭에, 그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대답하든지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대답을 들으면 곧 비난부터하며, 대뜸 거친 욕설부터 퍼붓는 사람도 아주 수두룩하다. ‘이 새끼, 완전 개도라이네’ 등..
2014.04.30 -
티내는 사람들
‘부모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애가 저 모양이야?’ 어린 시절, 싸움질을 일삼는 등 누구인가 말썽을 자꾸 부리면 눈살을 찌푸리면서 이처럼 꼭 그 부모를 탓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사람이 말썽을 부렸다고 왜 그 부모까지 책임을 져야하나?’ 생각했는데, 그중에는 호기심에 저지른 한두 번의 말썽, 아니 시행착오도 꼭 그 부모를 탓하는 어른도 종종 있었기에 더욱 그런 불평에 거부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사람공부를 계속하다보니 어린 시절에 들었던 어른들의 말씀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부모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꼭 그 자식들 모두가 말썽을 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썽꾸러기들의 아비나 어미는 거의 예외 없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성질이 못됐거나 술, 도박에 중독된 등으로. 그 ..
2014.04.29 -
대표선수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어느 날, 그날 처음 알게 된 한 여학생에게 좀 짓궂게 치근거린 적이 있었다. 마치 괜찮다는 듯 그녀가 별다른 대꾸가 없었기에 계속해서 치근거렸는데, 그러던 어느 순간, 더 이상 못 참겠던지 그 여학생은 함께 있던 내 친구에게 퉁명스럽게 한마디 툭 내뱉고는 어디로인가 휙 사라져버렸다. “얘네 학교 애들은 다 이러니?”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한편으로는 울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몇 가지 생각이 연달아 떠올랐다. ‘나 한명한테 기분이 나쁘다고 왜 우리학교 학생들 전체를 싸잡아 욕하지? 내가 우리학교 학생들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건만.’ 그러다가 문득 그 아이에게 나는 우리학교 전체 학생들의 대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아이가 이제까지 우리학교에 ..
201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