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민을 저주하는 대한국민

2014. 3. 30. 12:18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어느 날.

그날 밤에도 우리나라 축구팀의 축구경기가 예정되어있었는데, 길거리응원을 하기 위해서 일찍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그렇다보니 일찍부터 교통통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성품의 한 지인이 무슨 까닭인지 몹시 화가 난 듯 잔뜩 씩씩대면서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멀리 있는 거래처를 다녀오다가 하필이면 길거리응원 때문에 교통통제를 하고 있는 길로 들어섰고, 그 때문에 꼼짝도 못한 채 한 시간 이상을 자신의 자동차 안에 갇혀있었다고 툴툴댔다.

더구나 교통통제를 한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굳이 그 길로 들어섰다는 그.

그 말까지 들으니 더욱 그가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그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에잇! 한국 팀 져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왜 애꿎은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거야?’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대한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 축구팀을 저주하다니!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성품의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동안 자신에게 많은 은혜를 베푼 은인도 쉽게 배신한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어리석은 선택을 한 책임마저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대한국민에게 떠넘길 줄이야.

그 정도의 손해라면 나라를, 대한국민을 위해서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안중근 의사 등의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겨우 이런 인간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는 말이야?’

순간, 그가 겉모양만 대한국민일 뿐, 사실은 외국에서 온 간첩이 아닐까 생각됐다.

너무 깜짝 놀라 잠시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다행히도 그의 저주는 효과가 없었는지 그날 우리나라 축구팀은 승리를 하고 우리나라의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4강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저주가 아예 효과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어 며칠 뒤 벌어진 독일과 터키와의 시합에서는 연달아 져서 우리나라는 결국 월드컵 4강으로 만족해야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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