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31. 11:04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할아버지와 나에게는 매우 다정하셨지만 당신에게는 매우 유별나셨던 할머니, 즉,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동차정비업을 하시던 아버지와 그 종업원들까지 챙기시느라 하루에 겨우 네다섯 시간 밖에 못 주무실 만큼 몹시 바쁘셨던 어머니.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당시 나를 방치하다시피 내버려두셨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비록 내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몹시 심각한 일이었다고 해도, 하루살이가 몹시 고된 어머니에게는 겨우 대여섯 살짜리 어린 꼬맹이의 아주 하찮은 고민이었을 것이니.
못 들은 척 무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만큼.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는 내 어려움을 못 들은 척하시던 어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서운하기만 했다.
‘엄마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구나.’
그러다가 기어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됐는데, 그 뒤부터 점점 내 어떤 이야기도 어머니에게 하지 않게 됐다.
심지어 발을 다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을 때도 역시.
말하려고 했다가도 곧이어 ‘말해도 소용없는데 뭐’ 생각됐던 데다가, ‘혹시나’ 하고 말했다가 그런 생각이 기가 막힐 만큼 딱 맞아떨어질 때가 그 뒤에도 매우 여러 차례 있었다보니 더욱.
그러는 사이, 내가 어머니의 보호를 못 받는다는 사실을 눈치 챈 그 악당은 더욱 마음 놓고 나를 괴롭혔으며, 그러면서 나는 동네에서 아무나 마음 놓고 괴롭혀도 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갔다.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들 역시 어느 날부터인가 두 명씩, 세 명씩, 혹은, 그 이상 짝을 지어 놀리는 등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으며, 내 능력으로는 그처럼 떼를 지어 덤비는 친구들을 도무지 상대할 수 없었으니.
이렇게 되자 슬금슬금 아이들의 눈치를 보는 등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렇게 점점 소심한 아이가 되어갔다.
그런데 ‘사람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먼저 그 이유부터 생각해봐라’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어느새 귀에 박혔는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는 이유와 그 해결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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