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9. 10:13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얼마 전, 20대 중반의 한 젊은이로부터 자신은 오직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마음이 애잔해지던지.
‘너도 그동안 참 고생이 많이 했구나.’
순간,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라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잔뜩 시달렸을 그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래서 옅게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나 역시 매우 오랫동안 어머니 등 여러 주변사람들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자신의 말에 책임지라는 말을 들었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등 딱히 책임지지 못할 말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다가 겨우 한번이라도 내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할 때면 비난을 받거나 심지어 꽤 여러 날 동안 놀림을 당하는 등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서너 명씩 떼로 몰려들던 어린 시절의 몇몇 친구들에게 잔뜩 시달려야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어릴 때부터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자’ 생각하게 됐으며, 내 말에 책임지지 못할 때면 스스로 몹시 부끄럽고 창피하게 생각하게까지 됐는데, 하지만 그 뒤로 매우 오랫동안 그런 내 모습에 몹시 못마땅했었다.
떼로 몰려들던 어린 시절의 몇몇 친구들은 물론, 그 뒤로 새롭게 만난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악착같이 내게 책임을 추궁하던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신의 말에는 책임지지 않았으며, 그러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조차 않은 채 오히려 더욱 큰소리만 쳐댔으니.
“나한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네가 알기나 해?” 등으로.
막상 알고 보니, 사정이 있기는커녕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남에게는 한없이 인색한 습관이 몸에 밴 까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따지는 나를 자신이 갖고 있는 온갖 ‘힘’을 악용해서 잔뜩 억누르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다보니 매우 여러 차례 배신감에 속을 끓이기도 했는데, 그 뻔뻔함에 질려 한때는 내 어머니를 잔뜩 원망하기도 했었다.
‘남들은 쉽게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건만, 어머니는 왜 나를 이렇게 키웠을까?’
그렇다보니 그들은 자연스럽게 내게 있어 가장 오랫동안 사람공부의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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