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 1

2014. 3. 31. 11:03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대략 내 나이 대여섯 살 정도의 어린 시절.

당시 살던 동네에는 놀리고 때리는 등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악당이 한 명 있었다.

나랑 동갑인 친구가 매우 많다보니 그는 주로 나와 친구들을 괴롭혔는데, 하루는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끝에 한 친구가 엉엉 울면서 어디로인가 사라졌고, 잠시 뒤 그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나타났다.

누구야? 누가 우리 애를 때렸어?”

성큼성큼 다가오신 친구의 어머니가 놀고 있던 우리를 둘러보시며 호통을 치시자 울면서 친구는 그 악당을 가리켰고, 그러자 친구의 어머니는 그를 향해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이셨다.

네가 뭔데 우리 애를 때려? 너 혼날래?”

그런 일이 한두 번 더 있은 뒤 그 악당은 더 이상 그 친구를 괴롭히지 않았는데, 이를 본 다른 친구들도 그 뒤부터 괴롭힘을 당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서 자신의 어머니를 끌고 왔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 악당으로부터 구원해줄 유일한 구세주라도 된다는 듯이.

그러던 어느 날, 나 역시 그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집으로 쪼르르 달려갔고, 잔뜩 울먹이면서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에게 그의 악행을 낱낱이 일러바쳤다.

빨리 함께 가서 한 명뿐인 막내아들을 괴롭힌 그 악당을 혼내달라는 뜻으로.

엄마, ○○이가 자꾸 나 때려.”

하지만 어머니는 일어나실 생각도 않은 채 여전히 빨래만 하시다가 이해 못할 말 한마디만 툭 내던지셨다.

사람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먼저 그 이유부터 생각해봐라.”

아파 죽겠는데, 이유는 무슨 이유야?’

그러나 한참동안 서있어도 어머니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않으셨기에 그냥 돌아서고 말았는데, 그 뒤에도 몇 차례 더 그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달려갔건만 어머니는 계속해서 똑같은 말씀만 반복하셨다.

이 세상에 오직 한 명뿐인 당신의 막내아들은 아픈데다 억울하고 원통해서 엉엉 울고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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