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세상 1

2014. 4. 16. 12:54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훈련병 시절의 어느 날, 같이 훈련을 받던 동기 한명이 몹시 힘들다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무반장 때문에 못살겠다.”

그래서 혹시 혼자 불려가 내무반장에게 따로 혼난 적이 있나 싶었는데, 그런 것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혼자만 괴롭힘을 당했다는 듯 말하지? 우리 소대의 훈련병들 모두가 똑같이 얼차려를 받았으며, 더구나 얻어맞기도 하는 등 내무반장에게 정작 더욱 심한 대우를 받았던 동기들은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건만

하나하나 따지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표정이 대뜸 굳어지며 뚱딴지 같이 너는 몰라말하고는 휙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뭐야? 내가 뭘 모른다는 거야?’

하지만 그에게서는 더 이상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어 그냥 잊고 말았는데, 그 뒤로 보니 여러 사람과 함께 똑같이 고생을 했으면서도 유독 혼자만 잔뜩 고생했다는 듯 유난을 떠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역시, 진짜 된통 고생한 사람들은 따로 있었는데도.

뿐만 아니라, 온갖 것을 누리는 등 이제까지 남들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지리 고생만 하면서 몹시 고통스럽게 살았다는 듯 아우성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일할 나이가 됐건만, 일도 하지 않은 채 부모에게 한 달이면 150만 원이나 용돈을 받아쓰면서도, 그동안 아버지가 돈을 버느라고 너무 바빴던 까닭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등으로.

저 인간들은 남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왜 저렇게 혼자만 죽는 소리를 해?’

그런데 사람들은 앞뒤 따져보지도 않은 채 온통 이렇듯 엄살이나 부리는 사람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진짜 아픈 사람들은, 진짜 힘든 사람들은 아프다는, 힘들다는 말도 못한 채 그저 끙끙 앓고 있건만.

그렇다보니 자신의 역할은 못한 채 엄살을 부리는 사람들만 잔뜩 도움을 받을 뿐 정작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시들어가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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