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6. 10:05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고등학생 때까지 알던, 나쁜 친구 때문에 말썽쟁이가 됐다는 아이들 중에는 많은 상처를 받는 등 자신의 부모로부터 오랫동안 잔뜩 억눌렸던 아이가 몇 명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는데, 그렇다보니 그때까지는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이 그저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생각했다.
‘저 아이들은 나쁜 친구 때문에 말썽쟁이가 된 것이 아니라, 여느 아이들은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인가 나쁜 씨를 마음속에 이미 갖고 있었던 까닭에 말썽쟁이가 된 것이며, 그들의 나쁜 친구는 그저 그 씨가 싹틀 수 있는 물만 주었을 뿐이다’라고.
그리고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이번에는 그 ‘씨’를 뿌린 존재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가 저렇게 나쁜 씨를 뿌려서 순진한 아이들을 말썽쟁이로 만들었을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내 능력으로는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흔히 말하듯이, 악마가 뿌렸을까?’
그 뒤로 대학에 들어가니 술에 잔뜩 취해 말썽쟁이인 자신의 부모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물론, 그 밖의 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그중에는 말썽쟁이도 결코 적지 않게 있었던 까닭에 말썽쟁이의 부모가 그 씨를 뿌린 장본인일 수도 있겠다고 점점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하지만 말썽쟁이가 아닌 사람 역시 적지 않게 있었기에 그런 짐작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말썽쟁이가 아닌 사람들 중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기에 더욱.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짐작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말썽쟁이의 모든 자식이 반드시 말썽꾸러기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썽쟁이의 뒤에는 예외 없이 말썽쟁이인 아비나 어미, 혹은, 말썽쟁이인 부모가 있었으니.
‘말썽쟁이의 씨를 뿌린 사람은 바로 말썽쟁이인 부모였구나.’
이런 까닭에, 말썽쟁이는 본인과 그 부모가 힘을 합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그 뒤부터 친구를 잘못 만나 자신의 자식이 말썽쟁이가 됐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말썽쟁이 부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여기게 됐다.
동시에 말썽쟁이 부모의 무책임한 한 가지 변명이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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