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7. 10:26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어린 시절, 무슨 일을 하든지 꼭 생색을 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 잘했지?’, ‘이거 내가 한 거야’ 등으로.
그러다가도 남이 생색을 낼 때면 무척 싫어했는데,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지 않는 아이는 쉽게 무시했다.
자신에게 해준 것이 없다거나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면서.
그렇다보니 그 아이들은 가끔씩 생색을 내지 않는 아이들과 서로 자신이 이전에 해줬던 것을 하나씩하나씩 들춰가면서 서로 다퉜는데, 결국 생색을 내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착한 아이’라는 듯, ‘좋은 아이’라는 듯.
그 반면, 더욱 열심히 했으며, 더욱 많은 도움을 줬는데도, 생색을 내지 않는 아이들은 좀처럼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생색을 내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인정하던 사람들에게 어렴풋이 배신감을 느꼈었는데, 그러나 곧 잊고 말았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된 뒤,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해준 것은 잘 기억하면서도, 자신이 받은 것은 곧 쉽게 잊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됐다.
‘어쩌면 저렇게 빨리 잊을 수 있을까?’ 생각될 만큼.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자신이 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았으면서도 마치 그동안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듯 투덜대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분명히 받았을 때는 뛸 듯이 몹시 좋아했으면서도,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에게 ‘그동안 나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 따지기까지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배신감을 느꼈는데, 그들 역시 생색을 내기 좋아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받은 것이 그다지 없고, 또, 대수롭지 않은 것만 받았건만.
‘생색을 내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나쁜 놈이 되는구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굳이 생색을 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는데, 그래서 그 뒤부터는 나도 필요하다 싶으면 꼭 생색을 낸다.
생색을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동안 나에게 받은 것을 잊지 못할 만큼 아주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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