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5. 14:52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친구를 잘못 사귀어 애가 저렇게 되었다.’
어린 시절, 싸움질이나 가출을 일삼는 등의 말썽쟁이들에게는 어른들이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부모는 물론, 그 밖의 다른 어른들 역시.
그래서 당시에는 친구를 잘못 사귀면 누구든지 말썽쟁이가 되나보다 생각했는데, 이런 까닭에, 어릴 때는 말썽쟁이를 친구 때문에 망가진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시절 알게 된, 친구 때문에 망가진 말썽쟁이들 중에는 오히려 친구를 말썽쟁이로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아주 흔했다.
함께 패싸움을 하자거나 함께 가출을 하자고 자꾸 꼬드기는 등으로.
그러다가 결국 자신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 친구는 따돌리거나 심지어 괴롭히기도 했는데, 그런 그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저 사람들이 앞장서서 친구를 망가뜨리려고 하지?’
뿐만 아니라, 그런 말썽쟁이들 중에는 여느 말썽쟁이보다 더욱 심한 사고를 쳤던 까닭에 몇몇 말썽쟁이들의 대장노릇을 하던 사람도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망가뜨린 친구마저 꼬붕으로 여길 만큼.
‘착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망가뜨린 사람보다 더 악독해질 수 있지?’
물론, 어른들의 말씀처럼, 내가 알았던 말썽쟁이들 중에는 진짜 친구를 잘못 만나 말썽쟁이가 됐던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얼마 뒤 정신을 차리거나 고작 자신을 꼬드겼던 말썽쟁이의 꼬붕노릇이나 했는데, 그렇다보니 어른들의 ‘친구를 잘못 사귀어 애가 저렇게 되었다’ 말씀은 자꾸 의심이 되었다.
그런데 말썽쟁이의 꼬임에 넘어가 싸움질이나 가출을 하는 등 사고를 치던, 한때 착했던 아이들은 다들 의외로 쉽게 그 꼬임에 넘어갔으며, 여느 아이들은 흉내도 내기 힘든 사고뭉치들의 말과 행동을 다들 의외로 쉽게 따라했다.
‘어쩌면 저렇게 쉽게 따라할 수 있을까?’ 생각될 만큼 이미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이.
더구나 자신은 결코 그런 말과 행동을 할 리 없다는 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느 아이들과 함께 말썽쟁이들에게 손가락질했건만.
역시, ‘저런 새끼들은 빨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한다’ 저주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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