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듣던 말, 겸손

2014. 4. 17. 12:27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잘난 척하면 안 된다등등.

어릴 때부터 부모님 등 어른들이나 선배들에게 자주 듣던 말 중의 하나가 사람은 겸손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까닭에, 겸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싫어하나보다 생각했는데, 물론 겸손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잘난 척하는 등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겸손하다 생각하기보다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적극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소심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많이 있었다.

심지어 겸손해야한다말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 반면, 남을 알겨먹기 좋아하던 아이들처럼, 책임지지 못할 말만 하던 사람들을 자신감이 있다’, ‘적극적이다등으로 좋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다.

결국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했건만 그럴 수도 있지?’ 등으로 위로까지 하면서.

뿐만 아니라, 늘 교만함이 물씬 느껴질 정도로 겸손하지 않은 사람을 카리스마가 있다’, ‘주관이 뚜렷하다등으로 좋게 여기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 역시 결코 적지 않게 있었고.

이건 뭐지?’

그렇다보니 자라면서 꽤 오랫동안 겸손과 자신감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더욱 나를 혼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허세를 부리는 등 겸손하지 않은 사람들이 겸손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나 연애에서는 물론, 직장 등의 사회에서도.

오죽하면 겸손한 사람은 겨우 한 번의 변변한 기회조차 갖지 못할 만큼.

그런데 겸손하지 않은 사람에게 속았다고 잔뜩 푸념을 하면서도 또다시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이 아닌 겸손하지 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

역시,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거나 적극적인 듯싶다면서.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어야 정신을 차리려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걱정보다는 고소하다생각이 저절로 들었는데, 그러면서 겨우 겸손과 자신감 사이에서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겸손이라는, 자신감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는 채 그저 자기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었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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