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2. 14:00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같은 주제의 소설을 쓴 작가가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나는 소설을 읽을 때면 습관적으로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글을 썼을까?’라면서.
그러다가 수필 등 소설이 아닌 글을 읽을 때도 점점 그 주제를 생각하게 됐는데,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분명히 소설가가 아닌데도 소설가와 똑같은 주제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인들 중에, 기자 등 언론인들 중에, 또, 교수들 중에.
‘이상하다. 이 사람들은 소설가가 아닌데도 어떻게 소설가와 같은 내용의 말을 할 수 있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에는 그 이유를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는데, 더구나 어느 날부터인가는 직장인 등의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도 소설가와 똑같은 주제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소설가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뿐만 아니라, 그 뒤에는 여느 작가들보다 꽤 높은 수준의 소설을 썼던 몇 작가와 같은 주제의 생각을 하던 아주 평범한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웬만한 소설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지? 어떻게 소설가가 평범한 사람들보다 낮은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지?’
소설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고 있던 당시의 나에게 그들의 존재는 꽤 큰 충격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겨우 나는 소설가들 역시 소설가이기에 앞서 각기 한 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람들 중에 소설가가 있는 거니까’라면서.
그러자 자연스럽게 소설가와 같은 내용의 말을 하던 정치인들이 이해됐으며, 기자 등 언론인들이 이해됐고, 또, 교수들 등의 다른 사람들 역시 이해됐다.
‘그냥 직업만 다른 사람들이었구나.’
그리고는 소설가에 대한 환상에서 점점 벗어나 ‘정치인이나 언론인, 혹은, 교수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소설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게 됐는데, 이렇게 되자 소설가들의 생각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도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치, 계속해서 흘러가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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