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5. 10:46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남에게는 몹시 인색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행위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까지 말하면서 자신의 행위는 매우 정당하고 당연하다는 듯.
말이 되는 이유든지, 말이 안 되는 이유든지 상관없이.
하지만 남들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같은 행위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그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반면, 남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보니 그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잣대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남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왜 안 그러지?’
그러나 그중에는 심지어 남 역시 같은 이유로 자신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부정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되지’ 등으로.
혹은, ‘남자는(혹은, 여자는) 그러면 안 되지’, ‘남자한테(혹은, 여자한테) 그러면 안 되지’ 등으로.
자신은 부모를 구박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효도를 강요하는 사람들처럼.
그러다가도 그들은 필요하다 싶을 때면 스스로 사람답지 못하다고 못 박은 말과 행동을 주저 없이 했는데, 그런 그들을 볼 때면 늘 혼란에 빠졌었다.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 무슨 말이나 행동이든지 내키는 대로 해도 되는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아니면, 사람의 탈을 쓴 사람보다 못한 존재라는 거야?’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모순도 발견하지 못한 채 걸핏하면 자신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역시 ‘사람이 다 그렇지 뭐. 안 그런 사람이 있나?’ 등의 아주 간단한 말로.
그런데 알고 보니,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 역시 필요하다 싶을 때면 온갖 명분을 말하며 남들에게는 몹시 인색했던 반면, 나 자신에게는 아주 관대했으니.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내 스스로에게 실망했던지.
‘이런 주제에 어떻게 두 가지 서로 다른 잣대를 가진 사람들을 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