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는 아들

2014. 2. 15. 12:10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영감들 때문에 직장에 다닐 맛이 안 나요!”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얼마 전부터 이따금씩 화를 내면서 이렇게 투덜댔다.

내 또래의 몇몇 무식하고 천박한 거래처 사장들이 이 새끼, 저 새끼욕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속이 상하든지.

이놈들은 자식도 없나? 남의 귀한 아들에게 왜 함부로 욕지거리야?’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머리에 원형탈모까지 생긴 것을 알게 되자 나 역시 잔뜩 화가 났다.

도대체 이놈들이 젊은 애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기에 원형탈모까지 생긴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의 직장생활을 대신해줄 수도 없고.

그래서 며칠 뒤, 또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아들에게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욕을 듣게 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런데 이 아빠도 욕을 듣는다. 예전에는 아빠 역시 나이가 많은 사람들한테 욕을 들었지만, 요즘은 네 또래의 애들은 물론, 너보다 어린 애들한테서도 욕을 듣는다. 못 믿겠으면 아빠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봐. 얼굴이 안 보이는 것을 악용해서 온갖 욕을 해놓은 지질이가 수두룩하니.”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도, 아빠가 젊은 애들한테도 욕을 듣는다는 사실을 또다시 알게 되자 아들의 눈이 더욱 이글이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런 미친놈들이 있어요?”

그런데도 아빠가 계속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상담을 하는 이유는 아빠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만히만 있으면 욕을 안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가만히 있으면 또 아무 말도 못하는 병신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지.

이 세상에는 무식하고 천박한 인간이 엄청나게 많아서 이렇게 살아도 욕을 들을 수밖에 없고, 저렇게 살아도 욕을 들을 수밖에 없어. 그러니 몹시 기분이 나빠도 욕 듣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갖지 말고, 네 일을 열심히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이유가 무엇이든지, 네 일을 못하면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듣게 되지만, 네 일을 열심히 하면 욕하는 사람의 수만큼 열성팬도 생기게 될 테니.”

그렇게 대충 마무리를 지었는데, 아비가 되어 고작 그 정도의 말밖에 못해준다는 것이 또 어찌나 찝찝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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