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6. 12:45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성질은 더러워서…’
몇 년 전까지 아들과 딸이 발칵 화를 낼 때면 이따금씩 이렇게 놀려댔다.
그때마다 대뜸 얼굴이 굳어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쩔쩔매던 아들과 딸.
“아버지, 제 성질이 못됐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그만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그 말을 들으니 아들이 자신의 성격 때문에 적지 않게 고민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래, 나도 그랬었지’
젊은 시절, 때로는 우유부단했던, 때로는 즉흥적이던, 또, 때로는 더럽던 내 성격 때문에 때로 ‘나는 성격이 왜 이 모양일까?’라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특히, 안정감이 없는 성격 때문에 누구인가로부터 핀잔을 듣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는 더욱.
그래서 웃으면서 대꾸했다.
“이 아빠가 때로 성질이 더러운데, 너희들이 때로 성질이 더러운 것이 이상하니? 또, 너희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너희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도 똑같으셨는데, 왜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그건 너희들이 아빠의 자식이라는 한 가지 명백한 증거이고, 너희 모든 조상들의 자손이라는 명백한 증거야. 그러니 ‘내 성격은 왜 이럴까?’ 생각할 게 아니라, ‘역시 나는 아버지의 자식이 맞구나’ 생각해야해. 때로 성질이 더러운 아빠의, 조상들의 자손이라면 당연히 때로 성질이 더러워야지.”
그러자 비로소 아들과 딸의 잔뜩 굳었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그리고 성질이 더러워야할 때 성질이 더러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질이 더럽지 않아야할 때 성질이 더러웠다가는 반드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지. 그러니 그 때만 잘 구분하면 돼.”
그런데 그 뒤부터 아들과 딸을 놀리는 재미 한 가지가 사라졌다.
또 성질이 더럽다고 놀리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빠 닮아서 그렇지 뭐”라고 대뜸 대꾸하니.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섭섭하지는 않다.
아무렇지 않게 대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성격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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