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지는 이유

2014. 3. 25. 09:57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의 어느 날, 사업 때문에 몹시 바빠 만나기 어려웠던 가까운 친척 한 분이 집에 오신 적이 있었다.

그날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불쑥 트림을 하고 말았다.

꺼억!”

그러자 가족 중 한 사람이 대뜸 나에게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눈알을 부라렸고, 그로부터 무려 30년 동안 그날의 사건(?) 때문에 나는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등 시달려야했다.

심지어 내 자식이 보는 앞에서도.

나는 부모님을 비롯한 그 누구로부터도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트림을 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건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겨우 9살짜리 꼬맹이가 자신도 모르는 새 트림을 한 번 한 것이 그토록 오랫동안 온간 비난을 받아야할 만큼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것이었을까?

그러다가 10여 년 전, 어린 시절의 사소한 실수 한 가지를 갖고도 매우 오랫동안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던 사람을 포함한 몇몇 사람과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예전 이야기를 하던 중 젊은 날 오랫동안 죽음을 열망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혹시라도 그가 내 말을 들으면 무엇인가 느끼는 게 있을까 기대하면서.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그는 대뜸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몹시 냉정하게 말했다.

그때, 차라리 죽지 그랬어?”

아버지는 돌아가셨어도 아직 내 어머니는 쌩쌩하게 살아계시건만,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지?

순간, 실수를 했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 잊고 있던 그에 대한 분노가 또다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내가 죽음을 열망했던 이유 중에는 너도 있어, 이 인간아!’

이렇게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지만 때마침 어머니가 옆에 계셨기에 참고 말았다.

, 겨우 쟤는 원래 성격이 그러니 네가 참아라.”라는 말이나 듣게 될까봐.

그 뒤부터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욱 멀리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성격에 문제가 있으면 노년이 외롭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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