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9. 11:03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제인가부터 까닭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좋아하던.
그 존재를 알고는 비로소 ‘어디에 가든지 내 적도 있고, 내 편도 있다’ 생각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드러나지 않다보니 ‘어디에 가든지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까닭 없이 나를 싫어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계속해서 나를 싫어한 반면,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나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등 계속해서 물갈이가 됐다.
역시,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러다가 몇 차례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나의 습관적인 말이나 행동에 잔뜩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봤는데, 그때야 비로소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나를 좋아하던 사람도 금방 돌아서는구나.’
그래서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일부러 꾸며 말하거나 행동하는 등 무턱대고 잘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나에게 무관심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됐기에.
하지만 그중에는 오히려 잘 보이려고 애쓰는 내 모습에 불평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다.
“이상해졌어.”, “요즘 왜 그래?” 등으로.
그런 말을 몇 차례인가 들으면서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각기 다름을 알게 됐는데, 그러자 도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이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저 사람이 싫다고 하고, 저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또 이 사람이 싫다고 할 것이니.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거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상관없이, 오직 한두 사람에게 집중하면 그 밖의 사람들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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