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0. 11:42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어린 시절, 남을 알겨먹기 좋아하던 아이들 중에는 고등학생이 된 뒤부터 여자를 본격적으로 알겨먹기 시작한 아이가 아주 흔했다.
즉, 흔히 말하는 ‘바람둥이’가 된 것인데, 방법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
역시 여자가 지쳐 포기할 만큼 집요하게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기거나 잔뜩 겁을 주는 등 몹시 위압적으로 굴었으며, 목적을 이룬 뒤에는 언제 만난 적이나 있냐는 듯 냉정하게 돌아섰으니.
그리고는 자신의 성공담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는데, 그들의 무용담(?)을 들을 때면 한편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아이들에게 당한 여자들이 몹시 불쌍하기도 했다.
‘하필이면 저런 애들한테…’
그래서 당시에는 나 역시 한두 번 여자들에게 남을 알겨먹기 좋아하는 남자들에 대해 경고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의 여자들 중에는 이토록 모진 남자가 더 좋다는 여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그저 한두 번 사귀자고 말했다가 그만두는 남자보다는 악착같이 졸졸 쫓아다니는 등 자신에게 집요하게 구애하는 남자가 더 좋다고 말하는 여자가 많이 있었으며, 아예 바람둥이가 더 좋다고 말하는 여자도 적지 않게 있었으니.
사랑의 정도와 집착은 비례한다는 것이 그런 여자들의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처음에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 남자보다 자신을 알겨먹으려는 남자가 더 좋다는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러나 내가 이해를 하든지 못하든지 상관없이, 수많은 여자들은 계속해서 자신을 알겨먹으려는 남자들을 따라갔고, 얼마 뒤에는 찔찔 눈물을 흘리면서 나타났다.
적지 않게 ‘나쁜 놈!’ 등으로 자신을 알겨먹은 남자에게 욕을 하면서.
‘자신을 진짜 아껴주는 남자들의 경고마저 무시한 채 자신을 알겨먹으려는 남자가 더 좋다면서 따라가더니, 갑자기 왜 저래?’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그러면서 점점 바람둥이에게 당했다면서 눈물 흘리는 여자들에게는 무덤덤하게 됐다.
‘스스로 선택했으니 스스로 책임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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