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3. 11:32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의 한 아이가 1년 선배로부터 코뼈가 내려앉을 정도로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며칠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 아이는 자신을 때린 선배의 부모로부터 사과와 함께 얼마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 뒤로도 몇 차례인가 더 그와 비슷한 사건을 보면서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비로소 알게 됐다.
‘폭력은 효과가 가장 빠른 문제해결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후유증 등 매우 심각한 부작용에 가장 오랫동안 시달릴 수도 있는 아주 질이 낮은 문제해결방법이었군’
더구나 폭력을 휘두르다가 결국 교도소에 갔던 사람도 몇 명 있었으며, 그중에는 심지어 사람을 죽인 사람까지 있었기에.
그러다가 대학생이 된 뒤의 어느 날, 한 친구로부터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한 소설가가 썼다는 어떤 장편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전해 들었다.
“이야기는 좀 황당한데, 요즘 인기가 엄청나.”
호기심에 읽어보니, 무술실력이 상당한 한 청년이 온갖 비리를 일삼는 재벌회장을 응징하는 등 자신의 무술실력을 이용해서 갖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는데, 물론 그 친구가 말한 대로 부분적으로는 재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 만화에서 봤던 홍길동이나 슈퍼맨 등 정의의 사도가 문득문득 떠오를 만큼.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그 소설가가 한심하게 생각됐다.
결국 그 내용은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하필이면 아주 질이 낮은 문제해결방법인 폭력을 미화하고 있었으니.
영화나 TV드라마에서 때로는 몹시 위험한 깡패마저 아주 멋있게 그리듯이.
‘나이가 40살이 다 됐다는 사람이, 더구나 소설가라는 사람이 아직도 폭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소설가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좀 더 수준 높은 방법을 제시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렇게 질이 낮은 내용의 소설이 엄청난 인기가 있다니.’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에 그 소설가는 유명세에 힘입어 국회의원이 됐으며, 그 뒤로도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작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처럼 폭력에 대한 환상에나 젖어있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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