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통한 사람공부 6

2014. 4. 24. 10:44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30대 초반의 어느 날, 가까운 친척 형 한 사람이 최근에 자신이 읽었다는 한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기독교인들이 예배당에 낸다는 십일조 헌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십일조는 낼 필요가 없어. 이 책을 보니, 원래 십일조는 오히려 내면 안 되는데, 목사 등의 일부 기독교인들이 성경에 없는 내용을 있다는 듯 조작해서 십일조는 의무적으로 내야한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더군.”

하지만 그 형이 워낙 기독교과 기독교인들을 싫어했던 터라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냥 책을 핑계로 기독교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런데 진짜 그 형이 읽었다는 책의 한 쪽에는 성경까지 인용하면서 십일조는 낼 필요가 없다고 명확하게 적혀있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비단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역시 엄청난 충격이겠다.’

그래서 그 저자가 인용한 성경구절을 따로 적어두었다가 그 형과 헤어진 뒤 얼른 성경에서 찾아봤는데, 그러나 아무리 눈을 까뒤집고 찾아봐도 그 저자가 인용했던 구절은 결국 찾을 수 없었다.

그 저자가 인용했다고 적어놓은 부분에서는 물론, 그 밖의 부분에서도.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거짓말까지 하면서 책을 쓸 수 있지? 더구나 이런 책을 돈을 받고 팔았을 테니, 그와 출판사의 행위는 분명히 사기가 아닌가?’

순간,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고, 그 저자의 말을 검증하려고 끝까지 노력했던 내 자신이 무척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그 형처럼 나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마구 떠들었으면 큰일 날 뻔 했군.’

그 날, 이 세상에는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 그 저자처럼 없는 사실을 있다는 듯 조작하거나 자신이 정확하게 모르는 사실을 마치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글을 쓰는 사람은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소설이나 수필 등을 읽을 때처럼 마음 편히 읽으면 안 되겠군.’

그렇다보니 그 뒤부터 특히 종교관련 서적 등의 인문서적을 읽을 때면 그 내용을 꼼꼼히 검증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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