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주먹이 앞선다는 것은

2014. 4. 3. 13:22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고등학생이 된 뒤부터 이상하게 나는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나는 말보다 발이 앞선다.’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났다.

하지만 그 정확한 뜻을 몰랐기에 그냥 겁을 주려고 저렇게 말하나보다생각하고 말았는데, 더구나 그중에는 노는 아이가 많이 있었기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는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재수 없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그러던 어느 날,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한 교실 안에서 두 아이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다툼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하루에도 여러 번 구경할 수 있을 만큼 아주 흔한 장면이었기에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말로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됐던지 두 아이는 곧 서로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러자 얼마 뒤 옆에서 보고 있던 아이들이 끼어들어 둘을 뜯어말리기 시작했고, 이어 한 아이가 나서서 서로를 중재하자 두 아이는 의외로 쉽게 화해했다.

저렇게 쉽게 화해할 거면 뭐 하러 싸워?’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서는 순간, 문득 무엇인가 느껴졌다.

아하! 누구인가와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처음에 말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해결이 안 되면 서로 싸우며, 그렇게 했어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그때야 비로소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고 적당히 양보를 하는 등 타협을 하는구나.’

그러자 내가 어릴 때부터 보거나 겪은 모든 싸움이 이해됐는데, 그러면서 말이나 주먹질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한가지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결국 다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다툼을 하고, 주먹질을 하는 거였군.’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까지 들었던 나는 말보다 발이 앞선다.’, ‘나는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등의 말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아하! 자신은 아직 문제의 원인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문제해결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고백이구나.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문제만 생겨도 쉽게 이성을 잃고 흥분할 수 있겠군.’

그래서 한동안 나는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등으로 말했던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역시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심지어 어린아이와도 싸우는 등 자신의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잔뜩 쩔쩔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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