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에 대한 착각

2014. 4. 4. 11:52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어느 날, 당시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교실 안에서 잠깐 수다를 떨고 있는데, 좀 센 아이 한 명이 다가오더니 무슨 말인가 내뱉으며 다짜고짜 손바닥으로 내 뺨을 후려쳤다.

!” 소리가 날 만큼 세게.

그런데 바로 그때, 나와 수다를 떨던 친구가 마치 멋있는 영화 속 한 장면이라도 봤다는 듯 큰소리로 나이스!”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의 코앞에서 뺨을 맞았는데 나이스라니?’

순간, 뺨을 맞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나는 곧, 내 뺨을 때린 아이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할 만큼 깊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날 남은 수업시간 내내 그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나와 가장 친하다는 친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러다가 문득, 그는 나에게만 가장 친한 친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쟤는 나를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니라, 그저 같은 반의 60명이나 되는 친구들 중의 한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를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다보니 그 역시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길 것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어.’

그러자 그동안 그에게 속았다는 억울함이 잔뜩 느껴지면서 이때까지 그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겼던 내 자신이 참 바보처럼 생각됐다.

이런 멍청한 놈!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서 속다니!’

그리고는 잠시 뒤, 나 역시 누구인가에게는 그 친구와 똑같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누구인가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기고 있는데, 나 역시 그를 그저 흔한 친구들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하자 어렵지 않게 기억나는 친구가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그에 대한 미안함 속으로 잔뜩 빠져들었다.

내가 좋다는 사람을 그렇게 쉽게 무시했으니 이런 꼴을 당하지. 내가 저 친구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내가 좋다는 사람을 나 역시 무턱대고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한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고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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