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5. 10:08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 내내, 나는 미술부 활동을 했었다.
그림을 그린답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종종 학교수업마저 빼먹고 미술대회에 나가는 등.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술부 활동을 핑계로 공부는 않고 놀았던 것인데,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미대를 목표로 마음의 준비는 조금씩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준비하면 이 정도의 대학은 갈 수 있겠지’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의 어느 날,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가 몹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너, 미대에 못 보낸다.”
알고 보니, 당시 가정형편이 몹시 어려워져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인데, 꼭 미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기에 그때는 영문도 모른 채 쉽게 “알았어요.” 대답하고 말았다.
마치, 이제까지 미대에 가겠다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다는 듯이.
하지만 방에 들어가 눕는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막막해졌다.
‘그럼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지?’
그런데 그 뒤부터 나는 의사들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 속이 아프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그렇다보니 더 이상의 생각은 할 수 없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뒤에도 계속해서 아팠던 까닭에 한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거리느라고 자주 조퇴를 하는 등 학교생활에 몹시 소홀했었다.
‘애들은 다 공부하는데, 나만 이러고 돌아다니다니’
그래도 그때는 그것이 차라리 좋았다.
미대라는 희미한 목표조차 잃어버린 나에게는 굳이 공부해야할 이유가 없었으니.
그렇게 이유도 없이 아픈 내 자신에게 점점 익숙해질 무렵.
다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잠깐씩 무엇을 하면서 살지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며칠 뒤 문득 시를 쓴답시고 끙끙대던 중학생일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그때 썼던 시 중에서 한 편이 당시 국어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신문에 실렸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래, 나는 글 쓰는 재주도 조금 있었지! 그럼 글쟁이가 되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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