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하다 1

2014. 4. 21. 11:18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30대 중반 무렵, 멍청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전혀 내색하지 않고 일곱 번을 도와줬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신세를 갚겠다는 말만 번드르르하게 했을 뿐, 얼마 되지 않아 아주 냉정하게 배신하고 돌아섰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에게 마지막 배신을 당한 뒤에는 너무 원통해서 꽤 여러 날을 한강에 나가 원통한 마음을 흘러가는 강물에 조금씩 흘려보냈었다.

가능성이 없는 인간은 빨리 잘라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는데도, 왜 빨리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한편으로는 내 자신을 질책하면서.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는 집 한 귀퉁이에 있던 성경에 정신을 쏟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딱히 어떤 기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그런데 성경에는 종교적인 부분 말고도, 사람의 이동과 정착의 과정이 매우 다양하게 그러져있었고, , 그 이유 역시 매우 다양하게 적혀있었다.

신의 명령에 의해서, 장성한 자식이 분가하려고, 가뭄 등의 천재지변 때문에 먹고 살 것이 없어서, 외적의 침입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서, 왕이나 관리의 폭정에 시달리다 못해, 범죄를 저지른 뒤 쫓기게 된 까닭에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람들이 정든 고향을 뒤로한 채 이동하게 된 이유였는데, 그것을 보다가 문득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옛날과 마찬가지 이유로 이동과 정착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동과 정착을 거듭하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똑같구나.’

그러자 고구려와 백제, 신라 등 한반도로의 이동과 정착을 거듭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저절로 이해됐고,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이 저절로 이해됐으며, 하필이면 살기 몹시 힘든 산간벽지 등으로 이동했던 사람들마저 저절로 이해됐다.

그렇게 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도망자이다보니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깊은 산속이나 외딴 섬 등의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몰래 이주했던 모양이군.’

그 뒤 한동안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특히 살기 몹시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면서 내 추측을 검증했는데, 그러다가 문득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인류의 역사는 사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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