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9. 11:54ㆍ세상 속 이야기/정신병신 세상
‘거울을 통한 자기관찰은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 등 정신지체인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나에게 몇 번인가 ‘거울을 통한 자기관찰’의 효과에 대해 들었던 특수학교 교사를 꿈꾸던 한 여대생이 있었다.
그로부터 한두 해 뒤, 강원도 원주 소재의 한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이라는 그녀와 다시 잠깐 마주쳤는데, 그날 그녀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다운증후군인 한 학생이 틈만 나면 거울을 보더라고요. 그런데 그 학생은 같은 다운증후군인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언제인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내 말이 모두 입증된 것 같아 어찌나 뿌듯하던지.
더욱 자신감을 갖고는 얼마 뒤에 만난 한 자폐증 소년의 어머니에게도 나에 대한 소개와 함께 ‘거울을 통한 자기관찰’의 효과도 설명했는데,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몹시 심드렁했다.
“정신과의사도 못 고치는 자폐증을 그까짓 거울 좀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사람공부 한 사람을 고작 몇 년 동안 책으로 사람공부 한 사람들보다 가볍게 여기다니.
‘자신도 모르는 주제에 남에 대해서는 오지게 아는 척하는 정신과의사들보다 내가 더 어설프게 보이나?’
하지만 그런 말이야 늘 들어왔기에 곧 흘려버렸다.
그리고 다시 자폐증이라는 그녀의 아들에게 ‘거울을 통한 자기관찰’을 시켜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완강하게 거부했다.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들을 거울 앞에 앉혀놓기만 하면 되는데, 왜 싫다고 하는 거요?”
그런 말에도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던 그녀.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문득 고등학생 때 봤던 내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났다.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내가 자꾸 몸이 아프니 어떻게든지 자식을 고쳐야겠다는 간절함에 힘든 형편에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도, 심지어 속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내 어머니는 남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들으셨건만, 도대체 왜 이 여자는 내 말을 무턱대고 무시하지? 아무튼, 어리석은 어미가 자식의 미래를 망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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