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1. 15:29ㆍ세상 속 이야기/정신병신 세상
‘정신분열증 때문에 10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릴 떼부터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한 남자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것도 꽤 긴 글을.
그러나 그 내용은 간단했다.
이제까지 만났던 거의 모든 정신과의사들이 ‘힘들죠?’ 등의 간단한 위로조차 안할 만큼 지나치게 사무적이라는 불평과 함께, 상처받고 억눌린 자신의 마음을, 힘든 자신의 경제형편을 정신과의사들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으니.
그러면서 그는 자살한 정신병자를 위해 끼니마저 마다한 채 눈물을 글썽일 만큼 인성이 좋았다는 두 정신과의사를 그리워했는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역성, 즉, 무조건적인 위로는 가장 쉬우면서 가장 기본적인 심리치료방법이며, 나 역시 상처받고 억눌렸을 때면, 괴로울 때면 막연하게 누구인가로부터 마냥 위로를 받고 싶어 하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글은 이상하다.
지난 10년 동안 자신을 진료한 많은 정신과의사들 중 딱 2명만 인성이 좋았을 뿐, 나머지는 지나치게 사무적이었다면 당연히 정신과의사들에게 딱 그만큼의 기대만 해야겠건만, 그 2명이 기준이 된다는 듯 모든 정신과의사들은 모든 정신병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만큼 좋은 인성을 가져야한다는 듯 말하니.
어떻게 아직까지도 이렇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할 수가?
정신과 약을 너무 오래 먹다보니 현실감각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까닭일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억지로라도 이해할만하다.
그의 바람대로 되는 것은 실제로 정신과의사 등 상담자들에게 필요하기도 하니.하지만 매우 훌륭한 인성을 갖췄다고 해도, 막상 환자를 고치지는 못하는 의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다면 가장먼저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병을 못 고치고 있는 정신과의사들의 무능함을 말해야겠건만, 엉뚱하게 정신과의사들의 인성타령이나 하다니.
도대체 낫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일까?
이 모양이니 10년이 넘도록 만나기 싫은 정신과의사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밖에.
이 모양이니 뭇사람들로부터 의지가 약하다는 조롱을 받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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