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게 될수록

2011. 8. 18. 23:01푯말의 대화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묻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 받으면 ‘참 지겹다’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같은 내용의 답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심지어 몇 천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나(我)’를 아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여러 해 동안 ‘나는 누구지?’ 고민하는, ‘나를 알고 싶다’ 말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대화한 것들을 최대한 순화하여 질문의 유형별로 정리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식 같은 연놈들에게까지 온갖 험악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아닌 대화들까지 포함하여.

Q : ‘나’를 알게 되면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알게 된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들 말고는 딱히 좋은 점은 없나봅니다?

 아닙니다. ‘나’를 알게 될수록 그만큼 더, 도무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것들을 엄청나게 많이, 또, 계속해서 얻게 됩니다.

Q : 그래요? 예를 들어서 어떤 것들을 얻게 되는데요?

우선, ‘나’를 알게 되면 그만큼, 자신이 왜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또, 지금과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즉, 자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을 하나씩하나씩 알게 되는 것인데, 그러면서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며, 이렇게 될수록 그만큼 더 마음이 편안해지게 됩니다.

Q : ‘나’를 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불안함을,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정확한 정보를 모르기 때문이거든요. 그렇다보니 정확한 정보만 알면 얼마든지 불안함에서, 두려움에서, 또, 혼란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죠.

Q : 그래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험상궂은 불량배들이 흉기를 들고 당장 죽이겠다고 위협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당연히 몹시 불안하고 두렵겠죠? 그런데 만약, 그들이 왜 그러는지, 또, 어떻게 하면 그 상황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모두 알게 된다고 해도 그렇게 계속해서 불안함과 두려움에 시달릴 것 같습니까?

Q : 그렇지는 않죠.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왜 그러겠어요?

그렇죠? 사람들은 흔히, ‘싸움을 매우 잘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것이다’ 생각하지만,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사람도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면 결코 쉽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손자가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말했던 것이고요.

Q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또 어떤 좋은 점들이 있나요?

‘나’를 알게 될수록 그만큼 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즉, 불필요한 말들이나 행동들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그만큼 더 불필요하게 화를 내지 않게 되며, 필요이상으로 슬퍼하지 않게 되고, 또, 쓸데없는 자극을 받지 않게 되죠. 또, 그밖에도 매우 많은 불필요한 말들이나 행동들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는데, 사람마다 그런 것들이 각기 달라서, 더 이상 자세하게 말하기는 어렵군요.

Q : 네에, 그리고요?

그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를 억누르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게 되며, 또,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도 계속해서 알게 되는 까닭에, 그 온갖 문제들에서 계속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되죠.

Q : 실제적인 문제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나요?

사람이 고통 받는 문제들 중에는 정확하게 모르다보니 쓸데없이 오해하고, 그 때문에 스스로 고통 받는 문제들도 적지 않게 있어요. ‘나’를 알게 되면 바로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며, 그래서 점점 그런 쓸데없는 문제들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이런 ‘오해에 의하여 생긴 문제’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가 될 것 같군요.

Q : 집단따돌림 등의 편견 때문에 생긴 문제들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겠군요?

그렇죠. 어차피 그것들 역시 정확하게 알지 못하다보니 생긴 문제들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되면 그만큼 더 마음이 편안해지며, 이렇게 될수록 사람은 우울증. 정신분열증, 혹은, 알코올중독 등의 각종 정신문제는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각종 신체문제에서도 그만큼씩 더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Q : 마음이 편안해지니 그만큼 몸도 편안해지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시상하부’나 ‘교감신경계’처럼, 사람의 몸에는 마음이 변하면 덩달아서 변하는 부위가 여러 곳 있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면 이런 분위들도 그만큼 더 안정을 되찾는 까닭에 결국 그런 여러 가지 몸의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죠. 비만은 물론, 불면증이나 가위눌림 등의 문제들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Q : 아하, 그래요? ‘나’를 알아서 그렇게 좋다면 왜 그런 말씀은 잘 안하세요?

오해하시는데, 지금까지 대략 설명했던 내용은 ‘나’를 알게 된 뒤에나 나타나는 변화가 아닙니다. 인절미에 묻어있는 콩고물처럼, 그저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아주 부수적인 것들이죠. 그러니 어떻게 ‘나를 알면 이렇게 된다’ 말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나를 알면 이렇게 좋다’ 말할 수 있겠어요?

Q : 그 정도를 겨우 ‘콩고물’이라고 말씀하시네요? 그럼 ‘나’를 알게 되면 사람은 더 이상 정신문제나 신체문제에 시달리지 않게 되나요?

‘나’를 알게 된다고 해서 사람을 그런 문제들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은 여전히 남아있으니, 완벽하게 자유롭게 될 수야 없겠죠.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모두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과거처럼 고통 받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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