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5. 10:38ㆍ세상 살기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또, 성장할수록 그동안 입던 옷들은 벗어버리고 새로운 옷으로 계속해서 갈아입게 된다.
비록, 과거에 입었던 옷들이 더할 수 없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점점 몸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 하는데,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었다고 해도 계속해서 사람은 새로운 옷들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이치가 바로 이와 같다.
그래서 나이를 먹게 되면 새롭게 얻어야하는 것들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는 반면, 이제까지 갖고 있던 것들도 그만큼 많이 버려야만 한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옷장에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된 어린 시절의 옷들이 차곡차곡 쌓이듯이, 사람의 안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온갖 쓰레기들만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어차피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들은 그저 쓰레기만 될 것이니.
그런데 이렇게 되면, 옷이 가득한 옷장에는 더 이상 새로운 옷을 넣을 수 없듯이, 사람은 새로운 것을 얻기 힘들 것이고, 얻었다고 해도 더 이상 담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새롭고 좋은 것들을 버리게 되는데,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이 되면 누구인가 그 버리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것들을 하나하나, 강제로 계속해서 빼앗기 시작한다.
‘이것은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나에게는 어울리니 내놓으시오’라는 안내의 말도 없이.
물론, 이렇게 되면 처음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거세게 저항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남김없이 다 빼앗기게 되며,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은 자신의 자리까지 빼앗긴 채 이 세상의 한 귀퉁이로 끊임없이 밀려나게 된다.
상실감과 패배감, 또, 그 침략자들에 대한 아주 심한 배신감을 계속해서 느끼면서.
따라서 지금까지 갖고 있던 것들을 먼저 버리지 않은 채, 나이만 먹는다면 사람은 ‘빈털터리 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등으로 세월만 탓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얻었다고 무작정 좋아할 것만 아니라, 반드시 무엇부터 버려야할지 곰곰 생각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큰 노력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그 모두는 더 이상 결코 가질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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