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 00:04ㆍ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사람들은 흔히 ‘신기(神氣)가 있으면 무당이 된다.’ 말하는데, 가끔은 정말 ‘신기’가 있지 않나 생각될 만큼 딱딱 잘 맞추는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자주 귀신을 본다는 사람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야기를 들어본 수십 명 무당 중에서 실제로 그런 이유로 무당이 됐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어린 시절부터 그 부모 등 주변사람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며, 그 때문에 오랫동안 매우 심각한 정신문제에 시달리던 중 선배무당들을 비롯한 누구인가로부터 ‘신기가 있어 그렇다’ 말을 들었고, 그런 뒤에야 내림굿을 통해 무당이 됐다고 했으니.
또, 오랫동안 까닭 없이 몸이 아프던 끝에 무당이 됐다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물론, 내가 모든 무당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니 반드시 모든 무당이 심각한 정신문제에 시달리다가 그렇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심각한 정신문제에 시달리던 사람들 중 무당이 된 사람이 매우 많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한데, 그렇다면 최소한 무당들 중 상당수는 정신문제에 극단적으로 시달리는 사람의 한 가지 경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말하는 ‘신기’는, 막상 알고 보면 정신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 중 한 가지인 경우가 거의 모두이니.
뿐만 아니라, 요즘은 무당이 돈을 잘 번다는 말을 듣고 ‘신기’ 등의 특별한 징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당이 되려는 사람이 점차 늘어난다고 한다.
심지어 다니던 학교나 직장까지 그만두고는.
그렇다보니 무당들도 경쟁이 치열해졌는지, 비록 내림굿을 통하여 신내림을 받았고 해도, 손님이 없는 동안에는 사주 책을 펼쳐놓고 늘 공부를 한다는데, 그렇게 하는 것도 싫은지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등 다른 일을 한다는 무당들도 있었다.
그런데 무당이나 점과는 거리가 있는 듯싶은 종교의 성직자들을 비롯한 종교인들 중에도, 무당이나 점쟁이, 혹은, 퇴마사처럼, 남에게 ‘당신은 신기가 있다’, ‘당신은 귀신 들렸다’ 등으로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다.
나 역시 몇 명의 성직자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으며, 한 번은 너무 서러워 펑펑 눈물까지 흘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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