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주눅 든 이유

2014. 4. 2. 09:15세상 속 이야기/푯말 이야기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공부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

그런 내가 남다르게 보였는지 친구 등 사람들은 쉽게 내 말을 무시했으며, 때로는 특이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니?’, 또는, ‘왜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갖니?’ 등으로 잔뜩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뭐가 이상하고 특이하지?’

그러나 그런 말을 너무 자주 듣다보니 점점 주눅 들었는데, 그래서 나는 점점 내 생각은 감춘 채 그저 얕은 수다나 떠는 아이가 되어갔다.

들었어도 못들은 척, 봤어도 못 본 척, , 알아도 모르는 척하면서.

그러다가 꽤 여러 해 전의 어느 날, TV를 통해 남자인 한 유치원 원장이 자신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오랫동안 번갈아 성추행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피해자 중 5살 된 한 여자아이의 엄마는 설명을 제대로 못한 채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우는 아이를 윽박지르면서 억지로 보냈다고 울먹이며 잔뜩 후회했는데, 그 말을 듣다보니 문득 사람들의 반응에 주눅 들어 지내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당시 표현능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은 내 나름대로 정리해서 말하는데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수두룩하건만, 정리하지 않은 생각을 그저 떠오르는 대로 말했던 당시야 오죽했을까

그러자 다시 한 번 고등학생 때 알게 되었던 일반성’(혹은, ‘보편성’)특수성이 기억되었다.

그래, 내가 당시 일반성(혹은, 보편성)을 갖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그저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투덜대기만 했으니.’

그렇게 표현, ,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으며, 그래서 표현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을 정리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일반적이지 못했던 나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남에 대해 특이하다’, ‘이상하다등으로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미쳤다’, ‘돌았다등으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등 괴롭히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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